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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는데 "쏘리"부터 했어요 — NSW(시드니) 보행자 교통사고 대처법

이려진 변호사글 이려진 변호사법무법인 리틀즈 파트너 변호사 · 2026.10.20

※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VIC(TAC), QLD, WA 등 다른 주는 교통사고 배상 제도와 절차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운전석이 아니라 횡단보도 위에서 당하는 사고, 보행자 교통사고를 당하셨을 때 무엇부터 챙기시고 어떤 청구를 하실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출근길에, 혹은 주말에 커피 한 잔 사러 슬리퍼를 끌고 나서면서 교통사고를 걱정하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실 겁니다. 그런데 Transport for NSW에 따르면 NSW에서는 해마다 1,100명이 넘는 보행자가 차에 치이고, 2024년에는 40명이 넘는 보행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병원 치료를 받은 보행자도 952명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숫자를 보고 나면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저녁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시드니에 처음 와서 신호등 버튼을 눌러야 초록불이 켜진다는 걸 모르고 한참 서 계셨던 기억은 다들 한 번쯤 있으실 텐데, 그렇게 조심조심 건너도 사고는 납니다. 그리고 막상 부딪히고 나면 이상하게도 많은 분들이 몸을 일으키면서 운전자에게 "쏘리"부터 하십니다. 몸에 밴 예의라 어쩔 수 없는데요, 그다음부터 머릿속은 하얘집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병원까지 갈 일인가?"
"운전자 연락처를 받아 놨어야 했나?"
"내가 핸드폰 보면서 건넜는데, 그럼 내 잘못인가?"
"치료비는 운전자한테 직접 달라고 해야 하나?"

마지막 질문부터 답을 드리면,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운전자와 마주 앉아 배상 금액을 이야기하는 구조가 아니라 CTP 제도를 통해 치료비와 소득 지원을 청구하는 구조라서, 운전자와 얼굴 붉힐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신 그 청구를 위해 사고 현장에서 챙겨 두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일어날 수 있다면, 정보부터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으시다면 운전자의 이름과 주소, 면허 번호, 번호판과 차종과 색깔과 연식을 받아 두시고, 사고 시간과 장소를 적어 두시고, 근처에 목격자가 있으면 이름과 연락처를 여쭤 두세요. 요즘은 누구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시니 현장 사진이나 영상을 몇 장 남겨 두시면,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려지거나 서로 말이 엇갈릴 때 가장 든든한 증거가 됩니다. 들고 있던 물건이나 자전거가 망가졌다면 대물 청구를 위해 운전자의 보험 정보도 함께 받아 두셔야 하는데요, 장바구니 속 계란이 다 깨졌더라도 사진 한 장은 남겨 두시면 됩니다.

"괜찮아요" 하고 손 흔들고 집에 오셨더라도 GP나 응급실에는 꼭 한 번 들러 주세요. 차와 사람이 부딪힌 사고는 며칠 뒤에야 무릎이 붓거나 허리가 아파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가서 치료를 청구하면 이게 정말 그 사고 때문이냐는 다툼이 생겨 치료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선생님께는 사고 경위를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크게 다쳐서 현장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면 마음이 더 급하실 텐데요, NSW에서 사람이 다친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현장에 멈추고 다친 사람과 경찰에게 인적 사항을 알려야 하고 경찰에는 원칙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알려야 하며, 멈춰서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치신 분 쪽에서도 확인하실 것이 있는데,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은 사고라면 CTP 청구를 위해 사고 후 28일 안에 경찰 신고가 되어 있어야 하니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해서라도 사건 번호(Police Event Number)를 챙겨 두세요. 운전자가 그냥 달아났더라도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NSW에는 가해 차량을 찾을 수 없을 때를 위한 Nominal Defendant 제도가 있어서 SIRA를 상대로 치료비와 소득 지원,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남아 있고, 이때는 차량을 찾으려고 애쓴 기록이 필요하니 경찰 신고와 목격자, CCTV를 수소문한 흔적을 남겨 두시면 됩니다.

무엇을 받을 수 있고, 무단횡단을 했다면요

NSW CTP는 두 갈래입니다.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치료비·재활비와 소득 지원으로, 부상이 연조직 손상 같은 Threshold Injury라면 최대 52주, 그 밖의 부상은 소득 지원이 원칙적으로 최대 104주이고, 청구는 사고 후 3개월 안이 원칙이며 사고 시점부터 소득 지원을 받으려면 28일 안에 청구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손해배상(Common Law Damages)은 운전자 과실이 있을 때의 길인데, Threshold Injury만 있으면 청구할 수 없고, 과거와 미래의 소득 손실, 그리고 WPI가 10%를 넘으면 고통과 삶의 질 저하에 대한 비금전적 손해가 들어가며, 기한은 사고 후 3년입니다. 치료비는 손해배상 쪽이 아니라 법정 급여 쪽에서 지원되니, 두 갈래를 섞어서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듣는 분께는 버스 노선도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갈아타는 정류장은 두 군데뿐입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제가 빨간불에 건넜는데 저도 받을 수 있나요?"입니다. 법정 급여는 원칙적으로 과실과 관계없이 나옵니다. 다만 보행자 과실이 61%를 넘을 만큼 크다고 보면 소득 지원이 52주 뒤에 끝나고, 사고 당시 16세를 넘었다면 치료비 지원도 52주 뒤에 끝나며, 과실이 그보다 작아도 그 이후의 소득 지원이나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과실 비율은 결국 증거로 판단되니, 앞에서 말씀드린 사진과 목격자가 여기서 다시 힘을 발휘하는 셈입니다. 보험사에서 과실이 크다며 지원을 줄이겠다는 편지가 오면 "제가 핸드폰을 보긴 했으니까요"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분이 많은데, 받아들이시기 전에 저에게 그 편지를 한 번 보여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매일 걷는 길이 늘 무사한 귀가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혹시라도 길 위에서 사고를 당하셨다면, 운전자에게 하신 "쏘리"는 거기까지만 하시고 내 몸과 내 권리는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경찰 사건 번호와 진단서(Certificate of Fitness), 치료비 영수증, 보험사에서 온 편지를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지금 어떤 길이 열려 있는지 제가 먼저 살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무단횡단하다 차에 치였는데 저도 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보행자에게 과실이 있어도 법정 급여는 원칙적으로 과실과 관계없이 지급됩니다. 다만 보행자의 과실이 매우 큰 경우(법은 과실 비율 61% 초과를 'mostly at fault'로 봅니다), 2023년 4월 1일 이후 사고라면 소득 지원이 52주 후 끝나고, 사고 당시 16세를 넘었다면 치료비 지원도 52주 후 끝납니다. 과실이 그보다 작더라도 52주 이후 소득 지원과 손해배상액은 과실 정도에 따라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보행자 사고 현장에 경찰이 안 왔으면 따로 신고해야 하나요?

네,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CTP 청구를 위해 사고 후 28일 이내에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사건 번호(Police Event Number)를 부여합니다. 이 번호는 이후 CTP 청구에 필요하니, 크게 다쳐 직접 움직이기 어렵다면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확인해 두세요.

차로 저를 친 운전자가 그냥 달아났어요. 어디에 청구하나요?

NSW에는 가해 차량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한 Nominal Defendant 제도가 있습니다. SIRA가 '명목상 피고' 역할을 맡고, 다친 보행자는 이를 상대로 치료비·소득 지원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 차량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due inquiry and search)를 했어야 하므로, 경찰 신고와 목격자·CCTV 수소문 기록을 꼭 남겨 두세요.

이려진 변호사 · 법무법인 리틀즈 (Littles Law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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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법과 제도는 바뀔 수 있고(2026년 10월 기준), 개별 사안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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