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교통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상담 전화에서 가장 먼저 물어보시는 것, 그리고 제가 전화를 받으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 바로 '날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사고가 나고 며칠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목이 좀 뻐근하긴 한데 파스 붙이고 출근하고, 주말에 좀 쉬면 낫겠지 하다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아침마다 목이 안 돌아갑니다. 그제야 인터넷을 찾아보니 '28일', '3개월' 같은 숫자가 나오고,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어 보면 이미 지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줄줄이 떠오르실 겁니다.
"벌써 지났네. 그럼 나는 아무것도 못 받는 건가?"
"괜찮다고 한 내가 바보지."
"이제 와서 전화하면 보험사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그 자리에서 보험사 직원이 나오고 합의까지 한꺼번에 끝나는 데 익숙하신데요, 호주는 다친 사람이 직접 청구서를 내야 비로소 제도가 움직이기 때문에 이 '날짜'가 생각보다 큰 일이 됩니다. 그래도 마음 놓으셔도 되는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기한을 넘겼다고 모든 길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NSW의 교통사고 제도에는 기한이 여러 개 있고, 기한마다 넘겼을 때 남는 길이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28일, 3개월, 3년은 각각 무슨 날짜인가요?
가장 먼저 나오는 28일은 '소득 지원을 사고 다음 날부터 받을 수 있느냐'의 기준입니다. 이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하기 전 기간의 소득 지원은 원칙적으로 받지 못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요, 3개월 안에 청구하면서 늦어진 데 대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함께 내면 사고 다음 날부터 소급해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험사가 이 설명을 14일 안에 거절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설명을 낸 날짜는 꼭 적어 두세요. 다치신 분이 미성년자라면 그 사정도 설명을 판단할 때 고려되는데, 미성년자의 기한 전반은 사안마다 조금 다르니 따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음 3개월은 치료비와 소득 지원, 그러니까 법정 급여를 청구하는 기한입니다. 이것도 넘기셨다면 역시 설명이 필요하지만, 설명이 있으면 사고 후 3년 안에는 청구하실 수 있고, 사망 사고이거나 WPI 10%를 넘는 부상이면 3년이 지나도 가능합니다.
마지막 3년은 손해배상 청구의 기준입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역시 설명이 필요한데, 증상이 늦게 나타났다는 사정을 그 설명에 쓸 수 있습니다. 목이 뻐근하다가 두 달 뒤에 본격적으로 아파진 분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보험사가 늦었다는 점을 2개월 안에 문제 삼지 않으면 그 이유로 거절할 권리를 잃게 되어 있으니, 늦게 낸 청구서라도 보험사가 언제 무슨 답을 보냈는지 날짜를 챙겨 두시면 됩니다. 법원까지 가는 소송도 사고 후 3년이 기준이고, 그 뒤에는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가 늘 말씀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법정 급여 청구가 늦었다고 손해배상 기한까지 같이 지나간 것은 아닙니다. 두 청구는 따로 내고, 기한도 따로 셉니다. 하나가 늦었다고 둘 다 포기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설명'이라는 것
법이 말하는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은 사고 난 날부터 설명하는 날까지 내가 뭘 했고, 뭘 알았고, 뭘 믿었는지를 전부 담은 이야기여야 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그런 사정이면 늦었을 만하다고 보여야 합니다. 말은 거창한데 실제로는 날짜 순서대로 쓴 일기에 가깝습니다. 사고 난 날, 처음 아팠던 날, 처음 병원에 간 날, 증상이 나빠진 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그리고 그 뒤로 청구까지 왜 시간이 걸렸는지를 차례로 적으시면 됩니다. 설명해야 하는 기간은 청구서를 내는 날까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되시면 하루라도 빨리 내시는 것이 설명도 짧아지는 길입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그냥 늦어서 죄송하다고 쓰면 안 되나요?"인데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내시면 보험사 쪽에서 돌아오는 답도 짧습니다. 상담하다 보면 이 설명을 서너 줄로 급하게 써서 내시는 분이 많습니다. "바빠서 늦었습니다" 한 줄이면 설명이 아니라 사과문입니다. 반대로 기억이 아니라 소설로 쓰시면 나중에 진료 기록과 어긋나서 설명 전체가 흔들립니다. 기록에 있는 그대로, 날짜가 비는 구간 없이, 이 두 가지만 지키시면 됩니다. 내시기 전에 빠진 날짜가 없는지 저와 한 번 같이 보셔도 좋습니다.
경찰 신고 28일도 지났는데요?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은 사고는 사고 후 28일 안에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를 보험사에 내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놓치셨다고 청구가 안 되는 것은 아니고, 현장 사진, 목격자 진술, 퇴원 요약, 대물 보험 자료, CCTV나 블랙박스 영상 같은 다른 자료로 대신 증명하시면 됩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사유를 적은 법정 선언서를 냅니다. 사고 직후에 "다친 데도 없는데 경찰까지 부르기는 좀" 하고 연락처만 주고받으신 분들이 이 대목에서 많이 걸리시는데요, 그때 찍어 둔 사진 한 장, 상대 운전자와 나눈 문자 한 줄이 나중에 사건 번호 대신 쓰이기도 합니다.
기한을 놓친 데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몸이 아파서, 영어 서류가 낯설어서, 괜찮아질 줄 알아서. 변호사인 제가 봐도 그 편지들은 두 번은 읽어야 하는 영어입니다. 호주에서 즐겁게 일하고 공부하시는 동안 이런 날짜 셈을 할 일이 없으시길 바라지만, 혹시 이미 지났다 싶으시다면 자책하시는 시간에 사고 날짜, 첫 진료 날짜, 지금까지 받으신 보험사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 주세요. 어느 기한이 지났고 어떤 길이 아직 남아 있는지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교통사고 후 3개월이 지났는데 CTP 청구할 수 있나요?
지연에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으면 사고 후 3년 안에 법정 급여를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s 6.13(3)). 사망 사고이거나 WPI 10% 초과 부상이면 3년 뒤에도 가능합니다. 설명은 사고일부터 설명 시점까지의 행동과 인식을 모두 담아야 합니다(s 6.2).
28일이 지나서 청구하면 소득 지원은 언제부터 나오나요?
원칙적으로 청구 전 기간의 소득 지원은 받지 못합니다(s 6.13(2)). 다만 2023년 4월 1일 이후 사고라면, 3개월 안에 청구하고 지연을 설명하시면 사고 다음 날부터 소급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가 14일 안에 설명을 거절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진 것으로 봅니다(Reg cl 8A).
사고 직후엔 괜찮다가 나중에 아파졌는데 손해배상 기한은 어떻게 되나요?
손해배상은 사고 후 3년 안에 청구합니다. 3년을 넘기셨다면 설명이 필요하고, 증상이 늦게 나타났다는 사정을 설명에 쓸 수 있습니다(s 6.14(2)-(4)). 보험사가 2개월 안에 지연을 문제 삼지 않으면 거절권을 잃습니다(s 6.1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