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고 당일에는 멀쩡했는데 며칠 지나서야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생각보다 훨씬 흔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신호를 기다리다 뒤차에 받히셨는데, 내려서 보니 범퍼에 자국이 조금 났을 뿐이고 몸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상대 운전자가 미안하다며 "Are you okay, mate?" 하고 물으니 반사적으로 "No worries!" 하고 웃으며 연락처만 주고받고 헤어지셨을 텐데요, 호주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이 "No worries"가 참 빨리 나옵니다. 그런데 사흘째 아침, 알람을 끄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목이 안 돌아가서 몸통째 돌아눕게 되고, 허리까지 뻐근해지면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십니다.
"사고 날엔 괜찮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아프다면 믿어 줄까?"
"사흘이나 지났는데 이게 사고 때문이라는 걸 어떻게 보여 주지?"
"좀 쉬면 낫겠지, 괜히 일 크게 만드는 거 아닐까?"
며칠 뒤에 아파도 청구는 됩니다
마음 놓으셔도 되는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NSW에서 치료비와 소득 지원 같은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부상'에 지급되고, 본인 과실이 있었는지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법이 보는 것은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느냐보다 그 부상이 사고 때문에 생겼느냐인데요, VIC는 아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부상이 늦게 나타났다면 그때부터 1년 안에 TAC에 청구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결국 증명입니다. 사고와 첫 진료 사이가 길어질수록 보험사는 그사이 주말에 가구를 조립하다 다치신 것은 아닌지, 다른 일로 다치신 것은 아닌지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을 느끼신 날 바로 GP를 찾아가셔서 "며칠 전 추돌 사고가 있었고 그 뒤로 이런 증상이 시작됐다"고 날짜와 함께 말씀해 두시면 좋은데요, 그 한마디가 진료 기록에 남아 나중에 사고와 부상을 이어 주는 가장 든든한 다리가 됩니다. 저림이나 두통처럼 사소해 보이는 증상도 빠짐없이 말씀해 주세요.
기한은 아픈 날이 아니라 사고 날부터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아프기 시작한 날부터 날짜를 세면 되는 거죠?"입니다. 안타깝게도 NSW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증상이 늦게 나타났어도 법정 급여 기한은 사고일부터 흐르기 때문에, 사흘 뒤 아프기 시작하셨다면 남은 시간이 이미 사흘 줄어든 셈입니다.
법정 급여 청구는 사고 후 3개월 안에 하도록 되어 있고, 사고 다음 날부터의 소득 지원을 받으시려면 28일 안에 청구하셔야 합니다. 28일을 넘기셨더라도 3개월 안에 청구하면서 늦어진 데 대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시면 소급될 수 있고, 3개월마저 넘기셨다면 설명이 있을 때 3년 안에 청구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기한 안에 내시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사고 후 3년이 기준인데, 늦어졌다면 증상이 늦게 나타났다는 사정을 그 설명에 쓰실 수 있습니다(MAIA s 6.14(4)).
VIC는 사고일 또는 부상이 늦게 나타난 날부터 1년이고, 합당한 지연 사유가 있으면 TAC가 3년 안에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같은 추돌 사고라도 주 경계를 사이에 두고 날짜 세는 법이 이렇게 달라지니, 어느 주에서 난 사고인지부터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이 곧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리시다가 기한이 사고일부터 흐른다는 것을 모른 채 28일을 넘기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전화를 받으면 아픈 곳보다 사고 날짜를 먼저 여쭤보는데요, 그 날짜에 28일과 3개월을 더한 날을 달력에 적어 두시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하신 겁니다.
NSW에서 청구서를 어디로 내느냐도 궁금하실 텐데요, 다른 차와 얽힌 사고라면 사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차량의 보험사에 청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헤어질 때 주고받은 상대 차량 번호와 연락처가 생각보다 귀한 정보입니다. 그 자리에서 찍어 둔 범퍼 사진, 차에 블랙박스가 있었다면 그 영상까지 지워지기 전에 한곳에 모아 두세요. "자국도 별로 안 났는데 사진은 뭘" 하셨던 바로 그 사진이 나중에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첫 자료가 됩니다.
경찰 신고와 '염좌'라는 진단
추돌 직후 다친 곳이 없다며 경찰을 부르지 않으시는 분도 많은데요, NSW에서는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사고 후 28일 안에 NSW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event number)를 보험사에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번호가 없으면 보험사는 현장 사진, 목격자 진술, 블랙박스 영상 같은 다른 자료를 요구하고, 그것도 없으면 사유를 적은 법정 선언서를 내셔야 합니다. VIC는 더 엄격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TAC에서 받을 수 없게 되어 있고, 사정에 따라 TAC가 면제할 수는 있지만 통증이 시작됐다면 신고가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진단 이야기도 조금 덧붙이겠습니다. 추돌 뒤 흔한 목·허리 통증이 근육이나 인대 같은 연조직 손상(soft tissue injury)에 그치면 NSW에서는 threshold injury로 분류되는데요, 이때 소득 지원과 치료비는 사고 후 52주까지이고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반면 신경 손상, 인대·힘줄·연골의 완전 또는 부분 파열, radiculopathy 기준을 충족하는 신경근 손상은 threshold injury가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 분류되는지는 진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첫 진료에서 증상을 정확히 남겨 두시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이후 검사 결과도 모아 두시면 좋습니다. VIC에서는 사고 후 90일 안에는 청구 번호와 의사 권고가 있으면 물리치료나 카이로프랙틱 같은 치료를 사전 승인 없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고 당일 괜찮았다가 나중에 아픈 것은 드문 일이 아니고, 늦게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처럼 보일까 봐 참고 지내실 이유도 없습니다. 호주의 도로 위에서는 늘 "No worries"가 진심이시길 바라지만, 혹시 며칠 뒤부터 몸이 다르다고 느끼신다면 아픈 곳은 아프다고 말씀하시고 그날그날 메모해 두세요. 사고 날짜와 진료 기록, 아직 진료 전이라면 예약 내역, 경찰 사건 번호가 있다면 그 번호까지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와 지금 무엇부터 챙기시면 되는지 제가 먼저 짚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교통사고 후 며칠 지나서 병원에 가도 배상받을 수 있나요?
사고 때문에 생긴 부상이라면 며칠 뒤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 대상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NSW 법정 급여는 '사고로 인한 부상'에 지급됩니다(MAIA s 3.1). 다만 진료가 늦을수록 사고와의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지므로, 통증을 느낀 날 바로 진료를 받으시고 사고 날짜를 말씀해 주세요. NSW 기한은 사고일부터 흐른다는 점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추돌 사고 때 경찰을 안 불렀는데 지금 신고해도 되나요?
NSW에서는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사고 후 28일 안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를 보험사에 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Guidelines cl 4.11). 번호가 없으면 다른 증거나 법정 선언서를 요구받습니다(cl 4.12-4.13). VIC는 경찰 신고가 없으면 TAC 배상이 없고, 면제는 TAC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TAA s 39).
단순 근육 염좌라고 하면 배상이 달라지나요?
NSW에서 연조직 손상만 있으면 threshold injury로 분류돼 소득 지원과 치료비가 사고 후 52주까지이고,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MAIA s 1.6, 3.11, 3.28, 4.4). 신경 손상이나 인대·힘줄 파열 등은 여기서 빠집니다(s 1.6(2)). 그래서 첫 진단부터 증상을 정확히 남겨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이 바뀌면 분류도 달라질 수 있으니 이후 검사 결과도 모아 두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