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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례 칼럼] 합의 제안서가 먼저 왔는데, 바로 서명해도 될까요? — 퍼스 교통사고 합의 사례 (WA CTP)

이려진 변호사글 이려진 변호사법무법인 리틀즈 파트너 변호사 · 2026.10.20

법무법인 리틀즈 · 이려진 변호사 · 실전 사례 칼럼 #15 · WA · 교통사고(CTP) · 합의 협상

※ 이 글은 실제 유사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인물·장소·날짜 등 세부 사항은 모두 바꾸었고, 특정 의뢰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퍼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몇 달 뒤 우편함에서 꺼내 드는 편지 한 장, 보험사의 합의 제안서 이야기를 사례와 함께 풀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양쪽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와서 그 자리에서 합의까지 보는 데 익숙하신데요, 호주에서는 몸이 아직 다 낫지도 않은 몇 달 뒤에 영어로 된 편지가 먼저 옵니다. 금액이 적혀 있고, 맨 아래에는 "서명하시면 모든 청구가 종료됩니다"라는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그 한 줄은 변호사인 저도 볼 때마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다시 읽게 되는 문장입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 금액이 맞는 건지 누구한테 물어보지?"
"안 하면 이것마저 없어지는 거 아닐까?"
"몸도 아픈데 그냥 빨리 끝내 버릴까?"

WA는 제도부터 조금 다릅니다

WA에서는 교통사고 대인 배상을 ICWA가 Motor Vehicle (Third Party Insurance) Act 1943에 따라 운영하는데요, 다른 운전자의 과실이 있어야 청구할 수 있는 과실 기반 제도이고, 내게도 과실이 있으면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사고 뒤에는 가능한 한 빨리 ICWA에 청구 의사 통지(notice of intention to claim)를 해 두셔야 하고, 사람이 다친 사고라면 운전자가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통과 삶의 질 저하에 대한 비금전적 손해에는 법정 최소 기준과 상한이 있고 그 금액은 매년 조정되며, 소송을 내는 기한은 원칙적으로 3년인데 미성년자는 기준이 다릅니다. 과실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중상해 지원 제도는 따로 운영됩니다.

이분이 받으신 편지

의뢰인분은 15년 경력의 IT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시던 40대셨습니다. 출근길 퍼스 북쪽 프리웨이에서 앞차가 갑자기 멈췄고, 의뢰인분은 제때 멈추셨는데 뒤차는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후방 추돌이었고, 검사해 보니 목 디스크 두 곳(C3-C4, C4-C5)이 손상되어 만성 두통과 오른팔로 내려가는 신경통이 함께 왔습니다. 하루 8시간 넘게 모니터 앞에 앉아야 하는 분에게 목과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일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뜻이었습니다.

뒤차가 들이받은 사고였으니 청구할 수 있는 경우였고, ICWA는 심사가 다 끝나기 전에도 승인된 치료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치료는 계속 받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여섯 달쯤 지나 합의하자는 편지가 왔고, 담당자는 전화로 부상이 심한 편은 아니라 이 정도 금액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의뢰인분은 바로 서명하지 않으셨는데요, 지난 여섯 달 일을 제대로 못 하신 손실조차 들어 있지 않은 금액처럼 보였고, 아직 직장에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셨기 때문입니다. 지인 소개로 저를 찾아오셔서 처음 하신 말씀이 "이게 적절한 금액인가요?"였습니다. 사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것인데, 답은 그 금액에 무엇이 들어 있고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봐야 나옵니다. 보험사의 첫 제안은 그 시점까지 확인된 자료로 정한 금액인 경우가 많아서, 미래 소득 손실이나 향후 치료비처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손해는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여섯 달 동안 일을 못 해 잃은 소득만 따져 보아도 첫 제안은 지나간 손실조차 채우지 못하는 셈이었습니다.

서명 대신 계산부터

제가 선임되고 몇 주 뒤 두 번째 제안이 왔지만 과거 소득 손실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고, 보험사 측은 소송으로 가면 의뢰인분 과실이 인정되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법원에 가면 더 낮아질 수 있나요?" 하고 걱정하셨는데요, 소송에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위험이 실제로 얼마인지는 과실 관계와 증거,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첫 제안서를 받고, 또는 "소송하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냥 서명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몸이 아픈데 더 다투는 일이 부담스러운 것도 당연하기 때문에 저는 그 마음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명은 손해를 모두 따져 본 다음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해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했습니다. 관리직 승진을 앞두고 계셨던 점을 살려 법회계·경제 전문가에게 남은 경력 기간을 기준으로 미래 소득 손실을 산정받았고, 정기적인 신경차단술과 영상 검사 같은 향후 치료비도 따로 계산했습니다. 과실 이야기에는 사고 현장 사진과 차량 손상 부위, 경찰 기록으로 정상적으로 정차하셨다는 점을 증명할 준비를 했고, 동료 진술서와 업무 기록, 의료 기록으로 모니터 앞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뒷받침했습니다. 금액 하나를 부르는 것보다 그 금액이 어디서 나왔는지 항목별로 정리된 자료가 상대방에게 훨씬 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낸 뒤 양측은 조정(Mediation) 회의를 가졌고, 그날 아침 "협상이 안 되면 정말 재판까지 가야 하나요?" 하시는 의뢰인분께 오늘은 준비한 근거를 차분히 설명하는 자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긴 협의 끝에 과거와 미래 소득 손실, 향후 치료비, 비금전적 손해가 반영된 금액으로 합의했는데요, 금액은 부상 정도와 과실, 증거에 따라 사건마다 크게 달라 여기 적지 않습니다. 서명하시던 날 "처음 편지에 바로 서명했다면 그걸로 끝났겠네요" 하셨던 이분은 지금 재택으로 IT 컨설팅을 하시면서 두 딸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하십니다.

퍼스의 맑은 하늘 아래 운전하시는 길이 늘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사고 뒤라면 일을 못 한 날과 업무에서 어려워진 점, 진료 기록을 그때그때 모아 두시고, 합의 제안서를 받으셨다면 서명란은 잠시 비워 둔 채 제안서와 급여 명세서 사진을 보내 주세요. 그 금액에서 빠진 손해가 무엇인지부터 한국어로 짚어 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보험사 합의서에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릴 수 있나요?

대체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서명하면 모든 청구가 종료된다"는 문구가 있는 서류는 한 번 서명하면 대체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치료비와 소득 손실까지 따져 본 뒤에 결정하셔야 합니다. 보험사의 첫 제안은 그 시점까지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금액인 경우가 많으니, 미래 소득 손실이나 향후 치료비가 빠져 있지 않은지 항목별로 확인해 보세요.

퍼스에서 교통사고로 다치면 어디에 청구하나요?

WA 교통사고 대인 배상은 ICWA가 Motor Vehicle (Third Party Insurance) Act 1943에 따라 운영합니다. 다른 운전자의 과실이 있어야 청구할 수 있고, 본인에게도 과실이 있으면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사고 후 가능한 한 빨리 ICWA에 청구 의사 통지(notice of intention to claim)를 해야 하며, 소송 제기 기한은 원칙적으로 3년입니다.

"소송하면 금액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보험사 말은 맞나요?

따져 볼 문제입니다. 소송에는 분명 위험과 비용이 따릅니다. 다만 그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과실 관계, 증거,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말만 듣고 결정하기보다, 손해를 항목별로 정리하고 사고 현장 사진, 차량 손상 부위, 경찰 기록 같은 과실 관련 자료를 갖춘 뒤 판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려진 변호사 · 법무법인 리틀즈 (Littles Law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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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법과 제도는 바뀔 수 있고(2026년 10월 기준), 개별 사안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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