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상담 전화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작아지시는 분들의 이야기, 다른 차 하나 없이 내 실수로 혼자 난 사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비 오는 저녁 커브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더니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다른 차도 없었고 길에 누가 뛰어든 것도 아니니, 누가 봐도 내 실수입니다. 한국에서 운전을 배운 분들은 사고가 나면 일단 "몇 대 몇이냐"부터 따지는 데 익숙하셔서, 내 과실이 전부면 받을 것도 없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시는데요, 그러다 보니 병원 영수증은 서랍에 쌓여 가고 머릿속에서는 이런 말이 오갑니다.
"내가 혼자 박아 놓고 무슨 낯으로 청구를 해."
"괜히 연락했다가 '본인 잘못이시잖아요' 소리나 듣는 거 아니야?"
"옆자리에 탔던 친구 치료비는 또 어떡하지?"
마음이 무거우신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NSW 제도는 그 마음보다 조금 더 너그럽습니다.
내 잘못이어도 법정 급여는 나옵니다
NSW 교통사고 법(Motor Accident Injuries Act 2017, MAIA)은 자동차 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치료비와 소득 지원 같은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를 주는데요, 이 급여는 과실과 관계없이 지급되기 때문에 본인 과실로 난 사고여도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MAIA s 3.1). 차량이 한 대뿐인 사고라면 청구 상대는 그 차의 CTP 보험사이니 결국 내가 운전한 차의 보험사에 청구하는 셈이고, 그 차에 타고 있던 동승자도 같은 보험사에 법정 급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내 차 보험사에 내 치료비를 청구하는 게 영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차를 등록할 때 따라오는 CTP가 원래 그런 날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 난 사고처럼 보여도 다른 차량이 원인을 제공했다면 과실 판단과 청구 상대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꼭 기억해 두세요.
다만 52주라는 시계가 붙습니다
사고가 본인의 전적 또는 대부분 과실, 법에서 말하는 과실 61% 초과라면 소득 지원은 사고 후 52주까지만 나오고 치료비도 같은 조건이면 52주까지입니다. 과실을 이유로 치료비를 제한하는 것은 사고 당시 16세를 넘은 사람에게만 적용됩니다. 부상이 연조직 손상 같은 threshold injury뿐인 경우에도 같은 52주 기준이 적용되는데요, 연조직 손상은 근육이나 힘줄, 인대 같은 결합조직 손상을 말하고 신경 손상이나 힘줄·인대·반월판·연골의 완전·부분 파열은 여기서 빠집니다. 다만 본인 과실이 61%를 넘는 단독 사고라면 부상 종류와 관계없이 과실 기준만으로도 52주가 끝이 됩니다.
52주 동안 받는 내용 자체는 다른 청구인과 똑같습니다. 사고 당시 15세 이상으로 사고 전 8주 안에 일하고 있었거나 일정 기간 이상 일해 온 earner였다면, 사고 다음 날부터 13주까지는 사고 전 주급과 사고 후 소득 능력 차액의 95%를, 그 뒤로는 완전 상실 80%와 부분 상실 85%를 기준으로 받으시고, 치료비는 사고 부상과 관련된 합리적이고 필요한 치료와 돌봄, 치료를 위한 이동·숙박비까지가 대상입니다.
52주라고 하면 길어 보이지만 물리치료 몇 번 다니고 전문의 예약 기다리다 보면 달력이 생각보다 빨리 넘어갑니다. 그래서 그 안에 치료 계획을 세우고 진단서(certificate of fitness for work)를 끊기지 않게 받아 두시는 것이 실제로 받는 급여를 지키는 길인데요, 진단서는 첫 장을 치료 의사가 쓰고 한 장이 28일 넘는 기간을 담을 수 없습니다. 기한도 같이 챙기셔야 하는데, 법정 급여는 사고 후 28일 안에 청구해 두시는 편이 안전하고 청구 기한 자체는 3개월입니다.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28일 안에 신고해서 사건 번호를 받아 두시고, 청구 전에는 보험사가 승인한 치료가 사고 후 28일 안으로만 인정되니 치료가 길어질 것 같으면 청구를 서두르시는 편이 좋습니다.
'대부분 본인 과실'이라는 통지를 받으셨다면
61%를 넘는지는 보험사가 먼저 판단하는데요,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제가 운전했으니 제 과실 맞는 거죠?"입니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나라는 것과 내 과실이 61%를 넘는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고, 이 선을 넘느냐에 따라 52주 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의하기 어려우시면 보험사에 내부 재검토(internal review)를 요청하실 수 있고 보험사는 접수 후 14일 안에 결과를 알리도록 되어 있으며(MAIA s 7.9(4)), 과실 61% 여부는 PIC의 평가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사고 현장 사진, 당시 도로와 날씨 상태, 블랙박스 영상처럼 사고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가 판단의 바탕이 되니, 사고 직후 찍어 둔 사진은 지우지 마시고 따로 보관해 두세요. 그날 노면이 얼마나 젖어 있었는지는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이 낫습니다.
손해배상은 사정이 다릅니다. 손해배상은 다른 사람의 과실로 생긴 손해를 배상받는 청구라서, 누구의 과실도 아닌 사고를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의 과실로 보는 특례가 있기는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본인은 이 특례로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법정 급여 자체가 막히는 경우도 있는데요, 무보험 차량의 과실 운전자나 소유자는 법정 급여를 받지 못하고, 다만 소유자 허락을 받고 운전했고 무보험임을 알 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예외입니다. 또 심각한 운전 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가 되면 그 뒤 법정 급여가 중단되는데, 무죄나 취하로 끝나면 소급해서 지급됩니다.
혼자 난 사고에서는 다친 몸보다 '내가 잘못했다'는 마음이 더 아플 때가 많은데요, 앞으로는 호주 도로 위에서 가드레일과 다시 인사할 일 없이 늘 안전한 운전길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치료비와 소득 지원은 미안한 마음과 상관없이 챙기셔도 되는 몫이니, 52주 시계가 도는 동안 청구를 미루지는 마세요. CTP 보험사에서 온 편지나 과실 판단 통지, 사고 현장 사진 몇 장을 보내 주시면 52주 안에 무엇부터 챙기면 되는지, 과실 판단을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제가 먼저 살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혼자 사고를 냈는데 CTP 청구가 되나요?
됩니다. NSW 법정 급여는 과실과 관계없이 지급되고, 본인 과실 사고도 포함됩니다(MAIA s 3.1). 차량 한 대 사고라면 그 차량의 CTP 보험사에 청구합니다(s 3.2(2)). 사고 후 28일 안에 청구해야 청구 전 기간 소득 지원을 원칙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s 6.13(2)).
내 과실 사고면 치료비와 소득 지원은 언제까지 나오나요?
본인의 전적 또는 대부분 과실(61% 초과)이면 소득 지원과 치료비는 사고 후 52주까지입니다(MAIA s 3.11, 3.28). 과실을 이유로 한 치료비 제한은 사고 당시 16세를 넘은 사람에게만 적용됩니다. 과실 판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부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s 7.9).
혼자 난 사고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손해배상은 다른 사람의 과실로 생긴 손해를 배상받는 청구이고,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본인은 무과실 사고 특례로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MAIA s 5.4). 그래서 단독 사고에서는 52주 동안의 법정 급여를 제대로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