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몸보다 마음이 더 불편한 사고, 친구나 가족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가다 다치셨을 때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주말에 친구 차를 얻어 타고 블루마운틴에 가던 길이었든, 어머니가 운전하시는 차 조수석에서 장 보러 가던 길이었든, 아는 사람 차에서 사고가 나면 아픈 것보다 먼저 이런 생각이 드신다고들 합니다.
"내가 청구하면 친구가 곤란해지는 거 아닐까?"
"태워 준 사람한테 돈 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
"엄마가 운전했는데, 엄마를 상대로 뭘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치료만 받고 청구는 슬그머니 미루시는 분이 정말 많은데요, 미리 안심시켜 드리자면 동승자의 청구는 운전한 분의 지갑을 여는 일이 아닙니다.
운전자가 실수했어도 동승자는 받습니다
NSW의 교통사고 법(Motor Accident Injuries Act)은 자동차 사고로 다친 분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동승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으니 운전자의 실수 때문에 급여가 막히지 않는데요, 받으실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이고 필요한 치료와 돌봄 비용, 그리고 사고 당시 일을 하고 계셨다면 소득 지원입니다. 기간은 부상에 따라 달라서, 연조직 손상처럼 법이 정한 비교적 가벼운 부상(threshold injury)뿐이면 52주까지이고, 그 밖의 부상이면 소득 지원은 원칙적으로 104주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운전한 친구나 가족도 다쳤다면 그분 역시 법정 급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고가 운전자 본인의 전적 또는 대부분 과실, 법이 말하는 과실 61% 초과라면 운전자의 소득 지원과 치료비는 사고 후 52주까지로 줄어듭니다. 같은 차에서 같은 사고를 당했어도 앉은 자리에 따라 셈법이 조금 다른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난 사고면 "우리끼리 무슨 보험이야" 하고 넘어가는 일도 흔한데요, 호주에서는 가족이 운전한 차라도 CTP가 그 차에 붙어 있는 이상 동승자는 남과 똑같이 청구하실 수 있으니 굳이 집안일로 덮어 두실 이유가 없습니다.
청구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차입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그럼 제가 친구를 상대로 청구하는 건가요?"인데요, 아닙니다. 법정 급여의 청구 상대는 차량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보험사입니다. 타고 있던 차 혼자 난 사고라면 그 차의 CTP 보험사이고, 다른 차와 부딪혔다면 사고에 가장 크게 기여한 과실 차량의 보험사여서, 상대 차 잘못이면 상대 차의 보험사로 갑니다. 어느 보험사인지 다툼이 있으면 PIC가 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급여는 그 차의 CTP 보험사가 처리하는 것이지, 운전한 친구가 자기 통장에서 치료비를 부쳐 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험사를 모르시면 운전한 분께 차량 등록번호를 받아 SIRA의 CTP Assist에 문의하시면 되는데, 이 대목에서 "등록번호 좀 알려 줘" 하는 문자 한 통이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뒤늦게 아십니다. 다만 청구 사실이 운전한 분의 보험료나 기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손해배상과 동승자가 조심할 부분
부상이 무겁다면 법정 급여와 별도로 손해배상(common law damages)을 검토하게 됩니다. 손해배상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과실을 전제로 하는데, 법은 누구의 과실도 아닌 사고를 손해배상 목적상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의 과실로 본다는 특칙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캥거루가 튀어나와 핸들을 꺾은 사고처럼 딱히 탓할 사람이 없어 보여도 동승자는 다른 요건을 갖추면 손해배상을 따져 볼 수 있고, 그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본인은 이 특칙으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합니다.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면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고, 고통이나 삶의 질 같은 비경제적 손실은 WPI가 10%를 넘어야 합니다. 손해배상은 사고 후 3년 안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고, 법정 급여 청구와 따로 통지합니다.
동승자라도 금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운전자가 술이나 약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스스로 탄 성인이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성인이라면 과실 상계(contributory negligence), 그러니까 다친 분에게도 책임 일부가 있다고 보고 금액을 줄이는 것이 인정됩니다(s 3.38(2)). 동승을 거절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음주 쪽은 예외가 되고, 비율은 합의하거나 PIC가 정하며, 법정 급여에서는 52주가 지난 뒤의 소득 지원이 그 비율만큼 줄어듭니다. 뒷자리라서 벨트를 안 매도 되는 줄 아셨던 분이라면 이 대목이 조금 뜨끔하실 수 있겠습니다.
진료는 되도록 바로 받으시고, 안전벨트에 눌린 가슴이나 어깨처럼 덜 아픈 곳까지 다 말씀해 기록에 남겨 두세요. 운전한 분께 차량 등록번호를, 다른 차가 있었다면 그 차의 정보도 받아 두시고,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사고 후 28일 안에 신고해 사건 번호를 적어 두셔야 합니다. 법정 급여 청구는 사고 후 3개월 안, 소득 지원을 사고 다음 날부터 받으시려면 28일 안입니다. "친구랑 먼저 얘기 좀 해 보고요" 하시다가 몇 주가 훌쩍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와의 대화는 천천히 하셔도 이 날짜들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 청구서부터 먼저 챙겨 두시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관계에도 덜 부담이 됩니다.
아는 사람 차에서 다치면 아픈 것보다 관계가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도 운전한 분이 다치셨다면 그분 역시 청구할 수 있으니, 두 분이 서로 미안해하기보다 같이 챙기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호주에서 좋은 사람들과 다니는 길이 늘 즐겁고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차량 등록번호와 진료 기록 사진을 보내 주시면 어느 차의 보험사로 가야 하는지, 안전벨트 같은 부분이 걸리는지 제가 먼저 살펴 드리겠습니다. 운전한 분과 함께 연락 주셔도 괜찮고, 한국어로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가족이 운전한 차에서 다쳤는데, 가족을 상대로 청구하는 건가요?
법정 급여는 가족 개인이 아니라 차량 기준으로 정해지는 보험사에 청구합니다(s 3.2(2)). 혼자 난 사고라면 타고 있던 차의 CTP 보험사이고, 다른 차가 사고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면 그 차의 보험사입니다. 동승자는 운전자의 과실과 관계없이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s 3.1).
친구 차 타고 가다 사고 났는데 안전벨트를 안 맸으면 배상 못 받나요?
청구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s 3.1). 다만 성인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법이 정한 과실 상계 사유에 해당해(s 3.38(2)), 52주 이후 소득 지원과 손해배상이 과실 비율만큼 줄어듭니다(s 3.38(1), 4.17(2)).
누구 잘못도 아닌 사고였는데 동승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법은 누구의 과실도 아닌 사고를 손해배상 목적상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의 과실로 봅니다(s 5.1-5.2). 그래서 동승자는 다른 요건을 갖추면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고,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본인은 이 특칙의 대상이 아닙니다(s 5.4).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면 손해배상은 없고(s 4.4), 비경제적 손실은 WPI 10% 초과가 필요합니다(s 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