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교통사고 후 치료비와 소득 지원을 받아 오시던 분들이 어느 날 문득 듣게 되는 말, "손해배상은 따로 알아보셨어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손해배상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드라마 속 법정 장면부터 떠올리시는데요, 판사 앞에서 변호사가 책상을 치며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는 그런 장면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를 꺼내면 이런 반응이 먼저 돌아옵니다.
"이미 보험 처리 받고 있는데 또 뭐가 있다는 거예요?"
"괜히 보험사랑 싸우는 거 아닌가요?"
"저는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요."
"변호사님, 저 법원 가는 옷이 없는데요."
실제로는 책상 칠 일도, 소리칠 일도 거의 없고, 정장을 새로 사실 일은 더더욱 드뭅니다. 법이 다친 분에게 열어 둔 다음 단계가 내 경우에도 해당하는지 차분히 확인해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법정 급여와는 따로 갑니다
지금 받고 계신 치료비와 소득 지원은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라고 해서 과실과 관계없이 나오는 것이고, 손해배상(common law damages)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묻는 청구라서 둘은 따로 통지하고 따로 청구합니다. 다만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은 아닌데요, 부상이 연조직 손상이나 적응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처럼 threshold injury로 분류되는 부상뿐이라면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골절이나 신경 손상처럼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 부상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 과실이 있어야 다음 단계가 열리기 때문에, 보험사 통지서에 내 부상이 어떻게 분류되어 있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고라도 법은 손해배상 목적상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의 과실로 보는데,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본인은 이 규정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본인에게도 과실이 있으면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는데요, 본인이 음주나 약물 운전으로 유죄를 받았거나, 성인이 안전벨트나 헬멧을 하지 않았거나, 운전자가 술을 마신 걸 알면서도 스스로 차에 탄 경우처럼 법이 과실을 따지도록 정해 둔 경우들이 있습니다. 탈 수밖에 없던 사정이 있었다면 예외가 되기도 하지만, 안전벨트만큼은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늘 옳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망 사고라면 유족의 손해배상은 Compensation to Relatives Act 1897이라는 오래된 법에 따라 따로 다뤄집니다.
받을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뿐인데요, 과거와 미래의 소득 손실 같은 경제적 손실, 그리고 고통이나 삶의 질 저하 같은 비경제적 손실입니다. 치료비는 이 목록에 없고 계속 법정 급여 쪽에서 다룹니다. 소득 손실은 법정 최대 주급, 2026년 10월 기준 5,264달러를 넘는 부분은 빠지고, 비경제적 손실에는 같은 기준으로 712,000달러라는 상한이 있습니다. 경제적 손실에는 소득 말고도 소득 능력, 규정된 이동·숙박비, 자금관리비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데, 결국 사고 전에 얼마를 벌었는지가 출발점이라 급여명세서와 세무 자료를 지금부터 한 폴더에 모아 두시면 나중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WPI 10% 계산은 산수가 조금 다릅니다
비경제적 손실을 청구하려면 영구 손상 정도, 즉 WPI(whole person impairment)가 10%를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계산이 학교에서 배운 산수와 조금 다른데요, 같은 사고로 생긴 신체 부상들은 합산하지만 정신적 부상은 신체 부상과 합치지 않고 따로 평가합니다. 신체 부상 6%와 정신적 부상 6%를 더해서 12%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설명을 들으시면 다들 잠깐 손가락을 접어 보시다가 고개를 갸웃하십니다. 사고 뒤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진단 기준에 따른 정신질환이 생겼다면, 그 부분은 그것대로 별도의 평가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고 실망하실 일만은 아닙니다. 경제적 손실에는 WPI 요건이 없어서, threshold injury만이 아니고 상대 과실이 있다면 WPI가 10% 이하여도 소득 손실은 검토 대상이 됩니다. "WPI가 낮으니 손해배상은 없겠지" 하고 미리 접지 않으셔도 되는 이유입니다. 평가는 PIC가 지정하는 의료 평가인이 하는데, 부상이 아직 영구적이지 않으면 평가를 미룰 수도 있고, WPI를 두고 다툼이 있으면 내부 재검토 없이 PIC 의료 평가로 바로 갈 수 있으며 이 평가는 무료입니다. 보험사에 10% 초과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시면 보험사는 14일 안에 답하도록 되어 있으니, 요청한 날짜를 적어 두시면 좋습니다.
3년, 그리고 서명하기 전에
법정 급여는 사고 후 3개월 안에 청구하지만, 손해배상은 사고 후 3년 안에 청구합니다. 두 날짜가 전혀 다르니 달력에 따로 적어 두시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3년을 넘기게 되면 늦어진 데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증상이 늦게 나타났다는 사정도 그 설명에 쓸 수 있고, 보험사가 지연을 문제 삼으려면 2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법원 소송도 사고 후 3년이 기준이고 그 뒤에는 법원 허가가 필요합니다. 손해배상 청구가 진행 중이면 법정 소득 지원 기간도 늘어나는데요, WPI 10% 이하면 156주, 10%를 넘으면 260주까지입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보험사가 먼저 금액을 불렀는데, 이게 많은 건가요 적은 건가요?"입니다. 보험사는 책임을 전부 부인하지 않는 한 합리적인 합의 제안을 하도록 되어 있고(WPI 평가가 보류된 사건과 사망 사건은 예외입니다), 제안은 서면으로 항목별 금액을 적도록 되어 있으니 항목마다 무엇이 들어갔는지부터 살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대리하지 않는 경우에는 PIC 승인 없이 합의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MAIA s 6.23(2)).
손해배상을 알아본다고 해서 보험사와 싸움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알고 지나가시는 편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다치신 몸 잘 회복하셔서 호주 생활의 리듬을 하루빨리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부상 분류가 적힌 보험사 통지서와 진단서, 최근 급여명세서를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손해배상 단계로 갈 수 있는 사안인지, 3년 기한이 언제 끝나는지 제가 먼저 짚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법정 급여를 받고 있어도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네, 두 청구는 따로 통지합니다(s 6.12(4)). 다만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면 손해배상은 없습니다(s 4.4). 손해배상이 진행 중이면 법정 소득 지원 기간이 156주 또는 260주까지 늘어납니다(s 3.12). 청구 기한도 법정 급여는 3개월, 손해배상은 3년으로 다릅니다(s 6.13(1), 6.14).
WPI 10%가 안 되면 손해배상을 아예 못 받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WPI 10% 초과는 비경제적 손실(고통·삶의 질)의 요건입니다(s 4.11). 부상이 threshold injury만이 아니고 상대 과실이 있다면, 소득 손실 같은 경제적 손실은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s 4.3, 4.5).
보험사가 합의하자고 연락했는데 혼자 해도 되나요?
혼자 진행하실 수는 있지만, 변호사가 대리하지 않으면 PIC 승인을 받아야 합의할 수 있습니다(s 6.23(2)). 합의 제안은 서면으로 항목별 금액을 적도록 되어 있으니(Guidelines cl 4.133), 항목마다 무엇이 들어갔는지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