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코너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이야기,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으신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가족을 사고로 잃은 뒤의 시간은 날짜가 잘 세어지지 않습니다.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한국에 계신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낯선 영어 서류를 받고, 누군가는 비용과 절차를 챙겨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무렵 유족분들이 상담에서 처음 꺼내시는 말씀은 대개 법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것입니다.
"지금 이런 걸 물어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돈 이야기를 하는 게 고인한테 미안해서요."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어요."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리고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제도들은 남은 가족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들어 둔 것이고, 그것을 챙기는 일은 고인을 잊는 일이 아니라 고인이 아끼던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은 오늘 다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하실 때 꺼내 보실 수 있도록, 지금 하실 일과 나중에 하셔도 되는 일을 나누어 적어 두겠습니다.
지금 하실 일은 많지 않습니다
장례와 관련해 쓰신 비용의 영수증과 견적서는 정신없는 중에도 버리지 마시고, 봉투 하나에 한곳에 모아 두시면 됩니다. 나중에 청구할 때 필요합니다. 한국 같으면 상조회사 담당자가 옆에서 하나하나 챙겨 주었을 일들을 호주에서는 가족이 낯선 영어로 직접 해내야 하니, 영수증까지 챙길 정신이 어디 있겠느냐 싶으시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어 두기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NSW에서는 사망 사고가 나면 보험사가 유족에게 바로 연락해 보험사의 역할과 CTP Assist라는 안내 창구를 알려 드리게 되어 있는데요, 연락이 없거나 어느 보험사인지 모르시겠다면 SIRA의 정보 서비스인 CTP Assist에 직접 물어보셔도 됩니다. 보험사를 찾고 절차를 안내받는 일과 통역을 부탁하는 일을 도와주고, 자격을 확인한 뒤에는 CTP Legal Advisory Service의 법률 조언으로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청구 상대는 차량 한 대만 관련된 사고라면 그 차량의 보험사, 두 대 이상이면 사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차량의 보험사이고, 어느 보험사인지를 두고 다툼이나 지연이 생기면 PIC(Personal Injury Commission)가 정합니다.
그리고 달력에 날짜 하나만 적어 두세요. NSW의 법정 급여 청구는 원칙적으로 사고 후 3개월, VIC의 TAC 청구는 사망일부터 1년이 기본 기한입니다. 손해배상처럼 시간이 더 걸리는 일은 그다음에 차근차근 살펴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영어로 된 서류를 다루기가 어려우시다면 CTP Assist를 통해 통역을 요청하실 수 있으니, 낯선 말 때문에 혼자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류는 천천히 보셔도 되지만, 날짜 하나만큼은 놓치지 않으시도록 곁에서 함께 세어 드리겠습니다.
NSW와 VIC에서 유족이 받을 수 있는 것
NSW에서는 합리적인 장례비가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로 지급되고, 고인이 호주 거주자였다면 운구비가, 해외 거주자였다면 그 나라로의 운구비가 포함되며, 태아를 잃은 경우도 포함됩니다. 고인이 호주에 살던 분일 때 한국으로 모시는 비용까지 포함되는지는 사안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고인에게 기대어 생활하던 가족의 손해배상은 Compensation to Relatives Act라는 별도의 법에 따르는데, 보험사가 합리적인 합의 제안을 해야 하는 의무가 사망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유족 쪽에서 절차를 챙기셔야 할 수 있습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장례비는 이미 처리됐으니 이제 다 끝난 거죠?"인데요, 장례비를 청구했다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된 것은 아니어서 두 청구는 따로 통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법정 급여는 늦어진 데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으면 3년 안에 청구할 수 있고, 사망 사건은 3년이 지난 뒤에도 청구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법원 소송은 사망 후 3년 안이 원칙이고, 그 뒤에는 법원 허가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조금 추슬러지신 뒤에, 남은 것이 있는지 한 번 같이 짚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VIC에서는 TAC가 장례와 묘비 비용, 장례 참석을 위한 이동과 숙박, 가족 상담 비용을 지급하는데, 한국에서 급히 비행기를 타고 오신 가족분들이 계시다면 장례 참석을 위한 이동과 숙박 항목이 있으니 항공권과 숙소 영수증도 같은 봉투에 넣어 두세요. 배우자와 부양 자녀에게는 일시금과 정기 지급이 있습니다. 배우자나 사실혼 파트너에게는 정해진 기간 동안 고인 소득의 80%가 정기 지급되고, 부양 자녀에게는 교육비 항목도 있습니다. 항목마다 상한이나 정해진 금액이 있고, 금액은 2026-07-01 이후 사망을 기준으로 정해져 있으며, 실제로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가족 구성과 고인의 소득에 따라 달라집니다. 청구는 사망일부터 1년 안에 하도록 되어 있지만, 늦어진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TAC가 3년 안에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또 VIC에서는 유족이 정신적 부상만으로도 TAC에 청구할 수 있고, NSW에서는 가족이 겪는 정신적 부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가족 가운데 마음이 많이 힘드신 분이 계시다면, 그 마음을 혼자 견디지 마시고 진료나 상담을 받으시면서 그 기록을 남겨 두시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서, 장례 내내 의연하던 분이 몇 달 뒤에야 무너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받으신 진료와 상담의 기록이 나중에 그 시간을 설명해 주는 바탕이 됩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여기 적은 일들을 오늘 다 하지 않으셔도 되고, 기한이 있는 것만 먼저 적어 두신 뒤 나머지는 가족분들과 함께 숨을 고르시고 나서 보셔도 됩니다. 영어 서류가 부담되시거나 절차를 챙길 여력이 없으시다면, 받으신 서류를 사진으로 보내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느 날짜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지부터 제가 정리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이 되실 때, 한국어로 천천히 연락 주세요. 그때까지 부디 끼니 거르지 마시고, 스스로를 조금만 더 챙겨 주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교통사고로 가족이 사망하면 장례비는 누가 내나요?
NSW에서는 합리적인 장례비가 법정 급여로 지급됩니다(s 3.4). VIC에서는 TAC가 장례·묘비 비용을 최대 $19,940까지 지급합니다(2026-07-01 이후 사망 기준). 영수증과 견적서를 모아 두세요.
호주에서 사고로 숨진 가족을 한국으로 모시는 비용도 나오나요?
NSW에서는 고인이 해외 거주자였다면 그 나라로의 운구비가 장례비에 포함됩니다(s 3.4). 고인이 호주 거주자였다면 운구비가 포함되지만, 한국으로의 운구까지 포함되는지는 사안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유족도 정신적 충격으로 청구할 수 있나요?
VIC에서는 유족이 정신적 부상만으로도 TAC에 청구할 수 있고, TAC 급여에는 가족 상담 항목($21,170)도 있습니다(2026-07-01 이후 사망 기준). NSW에서는 가족의 정신적 부상 청구 가능 여부가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