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엑스레이에도 찍히지 않고 깁스를 할 수도 없는 부상, 사고 뒤에 조용히 찾아오는 불안과 불면, 그리고 운전 공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사고가 나고 몇 주가 지나면 목과 허리는 그럭저럭 나아 가는데, 이상하게 운전석에만 앉으면 심장이 먼저 뛰기 시작합니다. 사고 난 교차로는 일부러 돌아서 가고, 밤에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귀에 맴돌아 잠을 설치고, 결국 출근길을 우버로 바꿨더니 이번 달 카드 명세서에서 우버 요금이 통신비를 훌쩍 넘어서 있더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런 분들의 머릿속은 대개 이렇게 돌아갑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까지 해도 되나?"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겠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나중에 괜히 불리해지는 거 아닐까?"
한국에서는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말을 덕담처럼 듣고 자란 분이 많아서인지, 상담 전화에서도 몸 이야기를 다 하신 뒤에야 "그런데 사실은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꺼내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음의 상처도 NSW 교통사고 제도 안에서는 엄연한 부상으로 다뤄진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부상도 법이 말하는 '부상'입니다
NSW 자동차사고상해법, 줄여서 MAIA는 threshold injury를 정하면서 심리·정신적 부상을 직접 다루고 있고,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 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몸을 크게 다치지 않으셨더라도 사고로 생긴 정신적 증상이 있다면 청구를 검토해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법에는 정신적 부상에 대한 급여를 제한하는 별도 조항도 있어서, 그 조항이 내 경우에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따져 봐야 합니다.
진단명 하나가 갈림길이 됩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적응장애랑 PTSD가 뭐가 그렇게 다른가요?"인데요, 청구에서는 꽤 많이 다릅니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나 적응장애, 그 밖에 '인정된 정신질환'에 이르지 않는 심리 부상은 threshold injury로 분류되고, PTSD나 우울증처럼 DSM으로 진단되는 질환은 threshold가 아닌 부상으로 안내됩니다.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라면 소득 지원과 치료비는 사고 후 52주까지만 나오고, 손해배상(common law damages)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몸에 골절이나 신경 손상처럼 threshold가 아닌 부상이 함께 있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고가 본인의 전적 또는 대부분 과실로 났다면 다른 이유로 52주 제한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서에 어떤 이름이 적히는지가 생각보다 중요하고, 처음 진단 뒤에도 증상이 이어지거나 달라지면 그 경과가 진료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야 나중에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threshold injury인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면 PIC(Personal Injury Commission)의 의료 평가로 가게 되는데요, 보험사가 "적응장애라서 52주까지입니다" 하고 안내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시는 분이 많습니다. 내 증상이 그보다 무겁다고 느끼신다면, 고개를 끄덕이시기 전에 진단서를 저와 같이 먼저 들여다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심리치료비와 소득 지원, 그리고 기한
심리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합리적이고 필요하며 사고 부상과 관련된 치료라면 법정 급여의 치료비로 다뤄질 수 있고, 치료를 위한 이동비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만 청구 전에 보험사가 승인해 주는 치료는 사고 후 28일 안에서만 가능하고, 그 뒤로 치료를 이어 가시려면 법정 급여 청구가 필요합니다. 청구는 사고 후 3개월 안에 하도록 되어 있고, 28일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 전 기간의 소득 지원은 원칙적으로 받지 못합니다. 어르신들 말씀처럼 마음의 병에는 시간이 약이라지만, 청구에서만큼은 시간이 약이 아니라 기한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두세요.
사고 당시 일을 하고 계셨던 earner라면 정신적 증상 때문에 일을 못 하게 된 기간의 소득 지원도 볼 수 있는데, 이때는 진단서(certificate of fitness for work)가 필요합니다. 첫 장은 치료 의사가 써야 하고, 한 장이 담는 기간은 28일 이내이며, 90일 넘게 거슬러 올라가 발급받을 수는 없습니다. 보험사가 진단서와 의료정보 동의서를 요구했는데 14일 안에 내지 않으면 지급이 정지될 수 있으니, 우편함과 이메일은 귀찮더라도 자주 열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정신적 증상은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료 때 "좀 불안해요" 한마디로 끝내지 마시고, 밤에 몇 번이나 깨는지, 출근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운전대 앞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두시면 그 이야기가 나중에 가장 든든한 기록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오신 분께 일기까지는 아니어도 잠, 불안, 운전할 때의 반응 같은 증상을 날짜와 함께 짧게 메모해 두시라고 권해 드리는데요, GP를 만나실 때도 몸의 통증만 말씀하고 나오지 마시고 마음의 증상까지 꺼내 놓으시면 필요할 때 심리 전문가에게 의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진단명과 치료 계획이 적힌 서류는 받으실 때마다 사본으로 한곳에 모아 두시면 나중에 찾느라 고생하지 않으십니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손해배상에서 고통이나 삶의 질 저하 같은 비경제적 손실을 받으려면 영구 손상 정도, 즉 WPI가 10%를 넘어야 하는데요, 이 평가에서 정신적 부상은 신체 부상과 더하지 않고 따로 평가합니다. 몸과 마음을 합쳐서 기준을 넘기는 계산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평가는 부상이 영구적이 될 때까지 미뤄질 수 있으며 PIC가 지정한 의료 평가인이 맡게 됩니다.
사고 뒤 잠을 못 이루고 운전대 앞에서 손이 떨리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몸의 상처처럼 치료받을 수 있는 부상입니다. 호주의 그 넓은 길을 다시 편한 마음으로 달리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 갖고 계신 진단서나 보험사 편지, 그리고 요즘 잠과 운전이 어떤지 적어 두신 메모 몇 줄을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진단명이 어떻게 적혀 있고 52주 제한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부터 제가 먼저 짚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교통사고 트라우마도 CTP로 배상받을 수 있나요?
사고로 생긴 정신적 부상도 법정 급여 청구 대상으로 다뤄집니다(s 1.6(1)). 심리치료비는 합리적이고 필요하며 사고 부상과 관련된 치료라면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s 3.24). 다만 진단명에 따라 급여 기간과 손해배상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52주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적응장애는 규정상 threshold injury에 들어갑니다(Regulation cl 4(2)).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면 소득 지원과 치료비는 사고 후 52주까지입니다(s 3.11, 3.28). 다른 부상이 함께 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증상의 경과를 진료 기록에 꾸준히 남겨 두세요.
정신적 부상도 손해배상 평가에서 신체 부상과 합쳐지나요?
아닙니다. WPI 평가에서 정신적 부상은 신체 부상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평가합니다(s 7.21). 비경제적 손실 배상은 WPI가 10%를 넘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s 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