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상담 전화에서 "다친 데는 없으세요?"라고 여쭤보면 "저는 괜찮은데요, 차가…" 하고 말끝을 흐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람 다친 것이 제 전문이지만 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서, 이번 시간에는 상담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인 "제 차는 어떻게 배상받나요?"를 다뤄 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양쪽 보험사 직원이 나와서 대인이든 대물이든 한꺼번에 정리해 주니, 호주에서도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시다가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는 구조가 다릅니다. 차를 등록하면 사람이 다쳤을 때를 위한 강제 대인 보험, 그러니까 CTP는 자동으로 따라오지만, 차 수리비를 다루는 대물 보험은 의무가 아니라 각자 선택입니다. 그래서 내 차 수리비가 어떻게 되느냐는 결국 두 가지로 정해집니다. 내가 무슨 보험에 들었는가, 그리고 상대방이 무슨 보험에 들었는가.
종합보험과 '제3자 대물'은 다릅니다
종합보험(comprehensive)은 내 차와 상대 차의 피해를 모두 다루는 보험이라, 내 과실이 있든 없든 약관이 정한 범위와 한도 안에서 내 보험사에 청구하면 됩니다. 보통 자기부담금(excess)을 내는데 어떤 경우에 내는지는 상품마다 다르고, 내 보험사가 먼저 고쳐 준 뒤에 가해 운전자나 그쪽 보험사에 비용을 받아 내는 식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음주나 약물 운전, 중대한 법규 위반처럼 약관이 보장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보험 처리가 거절되거나, 보험사가 지급한 돈을 운전자에게 다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보험 들었으니 다 되겠지" 하고 넘기시기 전에 약관 한구석을 한 번은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3자 대물 보험(third party property)은 이름이 헷갈리는데요, 내가 남의 차나 재산에 입힌 피해만 다루는 보험입니다. 보험료가 싼 대신 내 차는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 보험에 들어 있고 내가 피해자라면 상대 보험사가 내 수리비를 물어 주고, 차를 못 쓰는 동안의 렌터카 비용도 필요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면 함께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이 보험만 있고 내가 사고를 냈다면 상대 차는 내 보험사가 고쳐 주고 내 차는 내 돈으로 고치게 됩니다. "저도 대물 보험 있는데요?"라고 하셨다가 이 설명을 듣고 조용해지시는 분이 한 달에 몇 분은 계십니다. 가입하신 보험의 약관(PDS)을 한 번쯤 열어 보시길 권하는 이유입니다.
상대방이 보험이 없다면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내 잘못이 하나도 없는 사고라도 상대방에게 대물 보험이 없고 갚을 돈도 없으면, 법적으로는 상대방 책임이 분명해도 실제로 돈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임이 있다는 것과 받아 낼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이때 독자분들 머릿속에는 아마 이런 말이 맴도실 겁니다.
"분명히 저 사람이 뒤에서 박았는데, 왜 내가 걱정을 해야 하지?"
"보험도 없이 운전을 했다고? 그게 된다고?"
호주에 막 오신 유학생이나 워홀러분들이 중고차를 사면 등록과 함께 CTP는 붙지만 대물 보험은 따로 들어야 하는데,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그냥 타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양쪽 다 난감해집니다. 이럴 때 내게 종합보험이 있다면 내 보험사에 신고하고 수리를 맡기면 되고, 보험사가 나중에 상대방에게 구상을 합니다. 나도 대물 보험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직접 배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상대가 돈이 없다는데 그냥 포기해야 하나요?"입니다. 상대방이 "보험 없어요, 돈도 없어요" 하는 순간 수리비를 혼자 떠안고 마는 분이 많은데, 포기하시기 전에 어디까지 해 볼 만한지 저에게 먼저 물어보셔도 됩니다.
직접 받아 내는 길은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수리 견적서와 사진, 렌터카 영수증 같은 손해 내역을 붙여서 언제까지 얼마를 달라고, 주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알리는 청구 서한(Letter of Demand)을 보냅니다. 서한 자체에 강제력은 없지만 상대방이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나중에 절차에서 요구한 기록이 됩니다. 그래도 주지 않으면 법원이나 심판소의 소액 민사 절차로 가는데, 담당 기관은 주마다 다릅니다. NSW는 Local Court에서 $20,000 이하를 소액 사건으로, $100,000까지를 일반 절차로 다루고, VIC는 Magistrates' Court가 $100,000 이하 민사 사건을 맡으며 다툼이 있는 $10,000 미만 교통사고 사건은 중재로 진행합니다. WA는 Magistrates Court에서 $10,000 이하를 소액 사건으로, $75,000 이하를 일반 절차로 봅니다. NSW의 NCAT나 VIC의 VCAT는 개인 간 교통사고 분쟁을 다루지 않으니 헛걸음하지 않으셔도 되고, 금액 한도와 절차는 바뀌기도 하니 신청 전에 그 기관 안내를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판결을 받았다고 돈이 저절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따르지 않으면 급여나 재산을 압류하는 집행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하고, 여기에도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상대방 형편을 같이 보면서 어디까지 갈지 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뺑소니로 차만 부서졌다면
사람이 다쳤다면 가해 차량을 못 찾아도 NSW의 Nominal Defendant 같은 제도로 치료와 배상을 청구할 길이 있지만, 이 제도는 사람 몸에 관한 것이지 차 수리비를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차는 가해 차량을 못 찾으면 결국 내 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종합보험이 있어도 상대 정보를 못 대면 자기부담금을 내야 할 수 있으며, 종합보험이 없다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블랙박스와 경찰 신고가 중요합니다. 경찰 수사로 차가 확인되면 그때부터는 그 운전자나 보험사에 자기부담금과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에 챙겨 두실 것은 늘 같습니다. 상대 운전자의 이름과 연락처와 주소, 번호판과 보험사, 현장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연락처, 경찰 사건 번호, 두 곳 이상에서 받은 수리 견적서와 수리 영수증, 렌터카 계약서와 견인비 영수증까지 모아 두시면 어느 길로 가든 절반은 준비된 것입니다.
운전이 곧 생활인 호주에서 사고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아직 대물 보험이 없으시다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가입을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뜻하지 않게 남의 차를 부쉈을 때 그 수리비를 전부 직접 물어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차 문제를 챙기시느라 몸 문제를 뒤로 미루지는 마세요. 사고로 조금이라도 다치셨다면 CTP 청구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 정보, 수리 견적서, 보험사에서 온 편지를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차와 몸, 어느 쪽부터 어떻게 보면 되는지 제가 먼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제3자 대물 보험만 있는데 제가 사고를 내면 제 차 수리비는요?
내 차 수리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제3자 대물 보험은 내가 다른 사람의 차량이나 재산에 입힌 피해를 처리하는 보험이라, 상대방 차량 피해는 내 보험사가 배상하지만 내 차의 피해는 대상이 아닙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상품마다 내용이 다르므로, 가입한 보험의 약관(PDS)을 꼭 확인해 보세요.
상대 운전자가 대물 보험이 없으면 차 수리비를 못 받나요?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대물 보험이 없고 배상할 경제적 능력도 없다면, 법적으로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종합보험이 있다면 내 보험사에 신고해 수리를 진행하고, 이후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구상 청구를 합니다. 나도 대물 보험이 없다면 상대방 운전자에게 직접 배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뺑소니로 차만 부서졌는데 Nominal Defendant로 수리비를 받을 수 있나요?
Nominal Defendant 같은 제도는 사람의 부상에 관한 것이며, 차량 수리비를 배상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차량 피해는 가해 차량을 찾지 못하면 본인 보험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블랙박스 영상과 경찰 신고가 중요합니다. 경찰 수사로 가해 차량이 확인되면 그 운전자나 보험사를 상대로 자기부담금과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