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워킹홀리데이나 학생 비자로 지내시는 분들, 그리고 한국행 비행기표를 이미 끊어 두신 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꼭 알아 두셔야 할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시드니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며 한창 영어가 늘던 참에, 혹은 학기를 마치고 귀국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던 참에 사고가 나면 머릿속이 한꺼번에 복잡해집니다.
"비자가 끝나면 청구도 같이 끝나는 거 아닌가?"
"어차피 곧 돌아가는데 그냥 한국 가서 치료받을까?"
"한국 가면 엄마 밥 먹고 동네 한의원에서 침 몇 번 맞으면 낫겠지."
마지막 생각은 저도 마음으로는 백 번 공감합니다만, 청구 이야기로 넘어가면 조금 따져 볼 것이 있습니다.
비자는 청구 자격이 아닙니다
NSW의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자동차 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고, VIC의 TAC도 차량 운행으로 다친 사람과 차에 치인 보행자 등을 청구인으로 안내하는데, 두 주 모두 비자 종류를 청구 자격의 요건으로 법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사고와 부상이 기준이지 여권 색깔이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니, 워홀이나 학생 비자라는 이유로 미리 포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캐주얼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셨다면 소득 지원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NSW에서 소득 지원은 사고 당시 earner, 즉 소득자였던 분이 받는데, 15세 이상으로 사고 전 8주 안에 고용되어 있었던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 캐주얼도 고용이라면 이 정의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사고 전 주급은 사고 전 12개월 소득의 주평균으로 계산하지만,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돼 일한 기간이 그보다 짧으시면 일을 시작한 때부터의 평균으로 계산하는 규정이 있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풀타임 학생에게는 과정을 마치는 시점부터 earner로 보는 규정도 따로 있습니다. VIC에서는 15세 이상 earner가 5일 넘게 일을 못 하면 소득 상실 급여를 검토할 수 있고, 완전히 일을 못 하게 되면 사고 전 주급의 80%를 받으며, 의사의 Certificate of Capacity가 필요합니다.
다만 소득 지원에는 세금이 따릅니다. SIRA는 사고 후 78주까지의 소득 지원이 소득을 대신하는 돈이라 과세되어 원천징수되고, 세금 신고번호(TFN)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가장 높은 세율로 원천징수된다고 안내하고 있고, VIC의 소득 상실 급여도 과세 대상입니다.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금 문제는 세무 전문가에게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한국에서 받은 치료는요
여기가 엄마 밥과 한의원 이야기가 걸리는 대목인데요, NSW에서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호주 밖에서 받은 치료는 법정 급여 대상이 아닙니다. 워홀러나 유학생이 한국에 돌아가 받은 치료비는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라, 귀국 전에 호주에서 필요한 치료를 어디까지 받을지 의사와 상의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비자 기간 안에 받을 수 있는 치료와 검사가 무엇인지 먼저 여쭤보시면 일정을 짜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또 NSW에서는 해외에 사는 동안 소득 지원이 원칙적으로 중단되고, 영구적인 소득 능력 상실로 결정된 경우에만 분기별로 지급될 수 있습니다. VIC에는 해외 여행 중 간병 비용을 1년에 8주까지 인정하는 규정이 있지만, 그 밖에 해외 체류 중 치료비와 소득 상실 급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니 떠나시기 전에 TAC에 미리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짐 싸기 전에 챙길 것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서류는 한국 가서 이메일로 정리해도 되죠?"인데요,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 캐리어 지퍼 잠그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실제로 그렇게 비행기에 오르시는 분이 많지만, 한국에 가신 뒤에는 바로잡기 어려운 일들이 있습니다. 먼저 기한입니다. NSW는 법정 급여 청구를 사고 후 3개월 안에 하도록 되어 있고, VIC는 1년 안에 TAC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으니, 출국 전에 청구가 접수되도록 해 두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은 사고라면 NSW는 28일 안에 경찰에 신고하게 되어 있고, VIC는 신고하지 않으면 TAC 급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TAC가 이를 면제해 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보험사가 지정한 의사의 검진(IME)인데요, 불합리하거나 반복적·위험한 것이 아닌 한 응하도록 되어 있고 비용과 교통비는 보험사가 내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소득 지원이 정지될 수 있어서 한국에 머무는 동안 검진 일정이 잡히면 어떻게 할지 출국 전에 보험사와 상의해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 신고 번호, 진료 기록, 급여명세서는 사본으로 챙겨 두시고, 보험사나 TAC에는 출국 계획과 한국 연락처를 알려 두세요. 호주 번호를 정지하고 떠나시면 보험사 전화도 문자도 받을 길이 끊기는데, 한국 와서 보니 중요한 편지가 시드니 쉐어하우스 우편함에 몇 주째 쌓여 있더라는 이야기도 드물지 않으니, 연락받을 이메일 주소와 한국 휴대폰 번호를 떠나기 전에 미리 알려 두시는 것만으로도 큰 고생을 덜 수 있습니다. 소득 지원을 받고 계시다면 의사의 진단서(certificate of fitness for work)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하는데, 한 장이 담을 수 있는 기간이 28일 이내이고 90일 넘게 거슬러 올라가 받을 수도 없어서, 비행기 타기 직전에 받아 둔 한 장으로 한국 생활 내내 버틸 수는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비자가 짧다고 해서, 곧 떠나신다고 해서 권리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떠나기 전에 해 두면 덜 아쉬운 일들이 있을 뿐이지요. 호주에서의 시간이 사고 하나로 아픈 기억만 남지 않기를, 한국에 돌아가셔서도 좋은 추억으로 이야기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자 만료일과 출국 예정일, 받으신 보험사 서류를 사진으로 보내 주시면 비행기 타시기 전까지 무엇부터 해 두시면 좋을지 일정에 맞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한국에 들어가셨더라도 늦었다 생각 마시고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워홀 비자로 일하다 교통사고 나면 소득 배상 받을 수 있나요?
비자 종류는 법에 청구 요건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NSW에서는 사고 당시 earner였는지가 기준이며, 15세 이상으로 사고 전 8주 안에 고용되어 있었던 사람 등이 해당합니다(Sch 1 cl 2). VIC에서는 15세 이상 earner가 5일 넘게 일을 못 하면 소득 상실 급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TAC 안내).
교통사고 치료를 한국에서 받으면 CTP가 내주나요?
NSW에서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호주 밖에서 받은 치료는 법정 급여 대상이 아닙니다(s 3.33). 그래서 귀국 전에 호주에서 받을 치료 계획을 세워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VIC는 해외 여행 중 간병을 연 8주까지 인정하는 규정이 있고(s 60(2)(b)), 그 밖의 처리는 TAC에 확인하세요.
교통사고 청구 중에 한국에 들어가도 되나요?
귀국 여부는 본인이 정하실 일이지만, 청구에 영향을 주는 규정이 있습니다. NSW에서는 해외에 사는 동안 소득 지원이 원칙적으로 중단됩니다(s 3.21). 보험사 지정 검진(IME)에는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응해야 하므로(s 6.27), 출국 전에 일정과 연락 방법을 보험사와 상의해 두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