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상담 전화에서 목소리가 유난히 작아지는 대목, "사실 제가 원래 허리가 좀 안 좋았거든요…"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허리디스크는 거의 국민 질환이라, 침 한 번 안 맞아 본 한국 사람 허리를 찾기가 더 어렵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텐데요. 그렇게 가끔 쑤시고 가끔 괜찮던 허리가 교통사고 뒤로 확 달라집니다.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고, 다리까지 저리고, 일을 하루 이틀 쉬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됩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원래 있던 병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아팠던 건데 이걸 청구해도 되나?"
"예전에 병원 다닌 거 말 안 하면 모르지 않을까?"
"괜히 청구했다가 거짓말쟁이 취급받는 거 아니야?"
우선 안심하셔도 되는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원래 병이 있었다고 해서 청구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NSW의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 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지급되는데, NSW 교통사고법(MAIA)에는 기존 질환이 나빠진 경우만 따로 정한 조문이 없어서 사안마다 판단하게 되고, 사고 전부터 디스크가 있었더라도 사고가 기여한 악화는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치료비는 합리적이고 필요한 치료여야 하고 사고 부상과 관련되어야 하니, 결국 보험사가 들여다보는 것은 "원래 병이 있었느냐"보다 "사고 뒤에 무엇이 달라졌느냐"인 셈입니다.
VIC의 TAC도 소득 상실이 부상의 결과이거나 부상이 실질적으로 기여한(materially contributed to by)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일부만 일을 못 하게 된 부분 소득 상실도 같은 표현을 쓰는데요, 기존 질환과 사고 부상이 겹쳐 있을 때 이 문구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역시 사안마다 다릅니다. 급여 자체는 완전히 일을 못 하시면 사고 전 주급의 80%를 받고 일부만 못 하시면 차액의 85%를 받는데, 첫 5일은 빠진다는 정도만 알아 두셔도 계획 세우시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치료비 쪽은 VIC에서도 합리적인 치료와 재활 비용을 기준으로 보는데, 청구서는 NSW처럼 사고 차량의 보험사가 아니라 TAC 한 곳으로 낸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상대 보험사 담당자 전화번호부터 받아야지" 하시다가 어디로 내야 할지 몰라 몇 주를 보내시는 분도 계시니, 주마다 청구처가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 두셔도 반은 덜어집니다.
'디스크'라는 이름보다 어떻게 기록됐는지가 중요합니다
NSW에서는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냐가 꽤 큰 갈림길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면 소득 지원과 치료비가 사고 후 52주까지로 제한되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연조직 손상은 threshold injury에 들어가지만 신경 손상은 빠지고, 신경근 손상도 신경근병증(radiculopathy) 기준에 이르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진단서에 '디스크'라고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다리 저림이나 감각 변화 같은 신경 증상이 어떻게 진단되고 기록됐느냐가 이 판단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다리가 저리시다면 "허리가 원래 그래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지 마시고 진료 때 함께 말씀해 두세요. 이 판단을 두고 보험사와 생각이 다르면 PIC(Personal Injury Commission)의 의료 평가로 다투게 됩니다.
사고 전과 후, 기록이 대신 말해 줍니다
기존 질환이 있는 청구는 결국 기록끼리의 비교가 됩니다. 사고 전에 언제,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으셨는지, 마지막으로 치료받은 때가 언제였고 그때 상태가 어땠는지부터 정리해 두시면 좋은데요, 상담에서 이걸 여쭤보면 "그게… 한의원에서 침 맞은 것도 치나요?" 하고 되물으시는 분이 꼭 계십니다. 네, 칩니다. 사고 뒤 첫 진료에서는 예전부터 디스크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통증의 위치와 강도, 저림, 일상에서 못 하게 된 일처럼 사고 뒤 달라진 점을 말씀하시는 것이 좋고, 사고 전에 찍은 MRI나 X-ray가 있다면 결과지 사본을 받아 두셔야 사고 뒤 검사와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고 전에는 거뜬히 하시던 일 가운데 지금은 못 하시는 것, 예를 들어 장 본 봉지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일 같은 것도 날짜와 함께 적어 두시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예전 병력은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않나요?"인데요, 그 생각은 접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NSW 보험사는 의료정보 동의서를 요구할 수 있고 14일 안에 내지 않으면 지급이 정지될 수 있으며, 보험사가 지정한 의사의 검진에도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응하게 되어 있어서(비용과 교통비는 보험사 부담입니다), 기존 병력은 이런 경로로 결국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사고 전 상태를 처음부터 정확히 밝혀 두셔야 사고 뒤 달라진 점도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보험사가 "기존 질환 때문"이라며 결정을 내렸다면 NSW에서는 내부 재검토를 요청하실 수 있고, 보험사는 접수 후 14일 안에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VIC에서 일을 못 하고 계시다면 의사의 Certificate of Capacity가 필요한데, 여기에 사고 뒤 달라진 근무 능력이 적히도록 진료 때 설명해 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청구 기한은 NSW가 사고 후 3개월, VIC가 1년이니 이것만은 달력에 먼저 적어 두세요.
오래 아파 오신 분일수록 "어차피 원래 아팠으니까" 하고 스스로 말을 줄이시곤 하는데요, 사고 전에는 할 수 있던 일이 지금은 어렵다면 그 차이는 분명하게 말씀하셔도 되는 부분입니다. 예전 병력을 숨기실 필요도, 사고 뒤의 변화를 작게 말씀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호주에서 허리 펴고 건강하게 지내실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사고 전 마지막 진료 기록이나 MRI 결과지, 보험사에서 온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 주시면, 사고 전후의 차이를 어떤 기록으로 보여 드릴 수 있을지 제가 먼저 살펴 드리겠습니다. 허리 아프신데 오래 앉아 계시지 마시고, 누워서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원래 디스크가 있었는데 교통사고 배상 받을 수 있나요?
사고 전부터 디스크 질환이 있었더라도, 사고가 기여한 악화는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NSW에서는 치료가 합리적이고 필요하며 사고 부상과 관련돼야 하고(s 3.24(2)), VIC에서는 소득 상실이 부상으로 생기거나 부상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가 문구상 기준입니다(TAA s 44(1)). 사고 전후 기록을 비교할 수 있게 준비해 두세요.
보험사가 기존 질환 때문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NSW에서는 보험사 결정에 대해 내부 재검토(internal review)를 요청할 수 있고, 보험사는 접수 후 14일 안에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s 7.9(4)). 치료가 합리적이고 필요한지에 대한 다툼은 PIC 의료 평가 대상입니다(Sch 2 cl 2). 이때도 사고 전후 진료 기록이 판단의 바탕이 됩니다.
예전 병력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말씀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NSW 보험사는 의료정보 동의서를 요구할 수 있고(s 3.14), 청구인에게는 협조 의무가 있어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s 6.24, 6.26). 사고 전 상태를 정확히 밝혀야 사고 뒤 달라진 점도 분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