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배달 라이더, 트레이디, 영업직처럼 운전이 곧 일인 분들이 일하다 도로 위에서 다치셨을 때 어디에 기대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주문을 받고 오토바이로 달리던 중, 혹은 새벽같이 ute에 공구를 싣고 현장으로 가던 중에 사고가 납니다. 넘어진 오토바이를 세우면서도 손님에게 "음식이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메시지부터 보내셨다는 분이 계실 만큼, 일하는 분들은 다쳐도 일 걱정이 먼저인데요. 한국 같으면 회사 총무팀에 전화 한 통으로 시작했을 일이, 호주에서는 회사와 플랫폼과 차 보험사가 따로따로라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그다음에는 이런 생각들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회사에 먼저 말해야 하나, 상대 차 보험사에 전화해야 하나?"
"나는 ABN으로 일하는데, 그럼 아무 데서도 못 받는 거 아냐?"
"당장 다음 주 렌트비는 어떡하지?"
두 제도가 만나는 자리
일하던 중의 교통사고는 두 제도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하나는 일하다 다친 사람을 위한 업무 중 부상 제도(workers compens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차에 붙어 있는 CTP입니다. NSW 교통사고 법은 둘의 관계를 꽤 분명하게 정해 두었는데요, 업무 중 부상 쪽에서 지급되는 부상이라면 CTP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는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부상으로 두 군데서 겹쳐 받는 구조가 아니라, 회사 쪽에서 나오면 그쪽으로, 나오지 않으면 CTP로 가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CTP 보험사가 "회사 쪽에 먼저 청구하세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쪽저쪽으로 넘겨지는 탁구공이 된 기분이 드실 텐데, 다행히 법은 그 탁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게 해 두었습니다. CTP 보험사는 회사 쪽 청구가 인정될 때까지는 '그쪽 대상일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정 급여를 거절하지 못합니다(MAIA s 3.35). 그러니 이런 요구를 받으셨다면 회사 쪽 청구를 진행하시면서 CTP 청구도 기한 안에 그대로 유지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날짜는 갑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출퇴근길에 난 사고도 회사 쪽으로 되나요?"인데요, 출퇴근길 사고가 회사 쪽 제도로 인정되는지는 그 제도의 법에서 정한 요건을 따로 따져야 해서 사안마다 다릅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CTP 기한은 사고 날부터 흐른다는 것만은 꼭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CTP 법정 급여는 사고 후 3개월 안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고, 28일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 전 기간의 소득 지원은 원칙적으로 받지 못합니다. 회사 쪽 결과를 기다리다가 이 날짜를 넘기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은 사고라면 28일 안에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를 보험사에 내는 것도 같은 이유로 미루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고용주나 일감을 준 플랫폼, 원청에 사고를 알리셨다면 언제 어떻게 알렸는지도 메모해 두세요.
ABN이라 안 될 거라고요?
배달 라이더나 트레이디 중에는 직원이 아니라 ABN을 가진 자영업자로 일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앱 하나 깔고 바로 시작하다 보니 내가 직원인지 사장인지 정작 본인도 헷갈리시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저는 해당 없잖아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쪽 제도의 대상인지는 계약 형태와 실제로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 따져 봐야 하지만, CTP 소득 지원은 사고 당시 일하고 있었거나 최근까지 꾸준히 일해 온 사람(earner)이면 받을 수 있고 여기에는 자영업자도 분명히 들어갑니다. 15세 이상으로 사고 전 8주 안에 일하고 있었거나, 직전 1년 중 13주 이상 또는 직전 2년 중 26주 이상 일했고 완전히 은퇴하지 않았다면 해당될 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주급은 사고 전 12개월 소득의 주 평균으로 계산하고 자영업 사업소득도 포함되는데, 이자나 배당, 임대 소득과 슈퍼 기여금, 휴가 수당은 빠집니다. 일한 기간이 12개월이 안 되면 일을 시작한 때부터 평균을 내고, 그사이 풀타임 전환처럼 소득이 늘었다면 그 변화 이후를 기준으로 봅니다. 사고 다음 날부터 13주까지는 그 주급과 사고 뒤에 벌 수 있는 금액의 차이 가운데 95%가, 14주부터 78주까지는 일을 전혀 못 하시면 80%, 일부 하실 수 있으면 85%가 지원됩니다. 그러니 세무 신고서나 BAS, 인보이스, 플랫폼 정산 내역을 모아 두시면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평소에 귀찮아서 미뤄 두던 영수증 정리가 이럴 때 빛을 보는 셈입니다. 사고 당시 일하던 중이었다는 것을 보여 줄 배달 앱 주문·이동 기록이나 작업 지시서 캡처도 함께 남겨 두세요.
회사 차를 몰던 영업직이시라면 회사 쪽 제도를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요, CTP 쪽 청구 상대는 회사가 아니라 차량 보험사여서 회사 차 혼자 난 사고면 그 차의 보험사, 여러 대가 얽혔다면 과실 차량의 보험사입니다. 다른 운전자 잘못으로 난 사고라면 손해배상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 회사 쪽 제도와 함께 있을 때 어떻게 조정되는지는 사안마다 달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도 회사에 남아 있는 사고 보고서나 운행 기록 사본을 받아 두시면 경위를 설명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오늘도 도로 위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무사히 퇴근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일하다 다치면 회사나 플랫폼에 폐가 될까 봐 청구를 미루시는 분이 많은데, 몸이 회복되어야 일도 다시 할 수 있으니 이번만큼은 내 몸을 먼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날짜와 그때 하던 일을 보여 주는 앱 화면, 최근 급여명세서나 BAS 한 장만 보내 주셔도 어느 쪽부터 챙기면 될지, 어떤 기한이 남아 있는지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배달하다 사고 났는데 업무 중 부상랑 CTP 둘 다 받을 수 있나요?
같은 부상에 두 곳에서 겹쳐 받는 구조는 아닙니다. 업무 중 부상이 지급되는 부상이면 CTP 법정 급여는 지급되지 않습니다(MAIA s 3.35). 다만 CTP 보험사는 업무 중 부상이 인정될 때까지 그 이유만으로 법정 급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CTP 기한도 함께 지키며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ABN 자영업자도 교통사고 소득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사고 당시 earner였다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arner에는 자영업자도 포함되고, 자영업 사업소득은 사고 전 주급 계산에 들어갑니다(MAIA Sch 1 cl 2-4). 이자·배당·임대 소득과 슈퍼 기여금, 휴가 수당은 빠집니다. 세무 신고서와 BAS 같은 자료가 계산의 근거가 됩니다.
CTP 보험사가 업무 중 부상부터 청구하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CTP 보험사는 업무 중 부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MAIA s 3.35). 동시에 업무 중 부상이 인정될 때까지는 업무 중 부상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정 급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요구를 받으셨다면 업무 중 부상 청구를 진행하면서 CTP 청구도 기한 안에 유지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