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 기준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청구서를 내고 나서 답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문제, 보험사가 도무지 답을 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청구서를 내신 지 몇 주가 지났는데 담당자는 전화할 때마다 "검토 중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대기 음악은 이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고, 카톡처럼 '읽음' 표시라도 뜨면 좋겠다 싶은데 그것도 없습니다. 월세 날짜는 다가오는데 또 전화를 걸어도 되는지 망설여지시면서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자꾸 재촉하면 괜히 밉보이는 거 아냐?"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게 원래 정상인가?"
"혹시 내가 서류를 빠뜨려서 멈춰 있는 건 아닐까?"
다행히 이 기다림에도 끝은 있습니다. 보험사와 청구인 모두 선의로 행동하고 청구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법에 적혀 있고, 그 위에 보험사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기한들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지켜야 하는 날짜들
보험사가 소득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10영업일 안에 지급을 시작해야 합니다. 내부 재검토(internal review) 요청을 받으면 접수 후 14일 안에 결과를 알려야 하고, 28일이 지나 청구하면서 늦어진 사유를 설명했다면 보험사가 그 설명을 14일 안에 거절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진 것으로 봅니다. 손해배상 청구가 늦었을 때 보험사가 2개월 안에 지연을 문제 삼지 않으면 그 이유로 거절할 권리를 잃게 되고, WPI 10% 초과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셨다면 보험사는 14일 안에 회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소득 지원을 4주 이상 받아 오셨다면 보험사가 이를 중단하거나 줄이기 전에 기간에 따라 2주, 4주, 8주 전에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숫자가 많아 보이지만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날짜들이 법에 정해져 있다는 것만 알고 계셔도 보험사와 통화하실 때 태도가 달라지는데요, "언제쯤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쭙는 것과 "재검토 요청을 낸 지 14일이 지났는데 결과를 서면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듣는 쪽에서도 무게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요청하신 날짜와 받으신 날짜를 적어 두시는 습관이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됩니다.
다만 법정 급여 청구 자체에 대해 보험사가 책임 여부를 언제까지 정해야 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서 여기서 숫자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내가 어떤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지부터 보험사에 물어보시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답이 없을 때 차분하게 요청하는 순서
무작정 기다리시거나 감정적으로 항의하시기보다, 내 쪽부터 살펴보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보험사가 진단서와 의료정보 동의서를 요구했는데 14일 안에 내지 않으면 지급이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진단서(certificate of fitness for work)는 한 장이 28일 이내 기간만 다룰 수 있으니 기간이 끊기지 않게 이어서 받아 두셔야 합니다. 의외로 "보험사가 늦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 진단서가 끊겨 있었네요" 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다음 요청은 전화보다 이메일 같은 서면으로 남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을 요청하는지, 언제까지 답을 원하는지, 결정은 서면으로 달라는 내용을 짧게 적으시면 되고, 통화를 하셨다면 날짜와 시간, 담당자 이름, 들은 내용을 메모해 두시면 나중에 큰 힘이 됩니다. 한국 같으면 고객센터에서 '상담원 연결'을 몇 번 누르고 목소리를 조금 높이면 뭐라도 움직이는 경우가 있지만, 호주 보험사는 목소리보다 이메일 한 통의 날짜를 훨씬 무겁게 봅니다. 다시 물어보시는 것을 미안해하실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절차 자체가 헷갈리시면 SIRA의 CTP Assist 창구에 문의하실 수도 있습니다.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계속 늦어질 때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보험사가 정한 건데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입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요, 보험사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시면 먼저 내부 재검토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재검토를 요청해도 원래 결정의 효력은 멈추지 않으니, 그동안의 생활비 계획은 따로 세워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험사가 기한 안에 내부 재검토를 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그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PIC(Personal Injury Commission)에 분쟁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s 7.11, 7.19). WPI, 즉 영구 손상 정도에 대한 다툼은 내부 재검토 없이 곧바로 PIC 의료 평가로 가고, PIC의 분쟁 해결과 의료 평가 절차는 무료입니다.
보험사 처리 방식 자체에 민원을 내고 싶으시다면 IRO 민원 방법을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소득 지원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통지서에는 사유와 내부 재검토 절차와 기한, PIC 신청권, IRO 민원 방법이 들어가야 하고, 소득 지원 결정 통지서에도 독립적인 법률 조언을 받을 권리 등이 안내되어야 하니, 받은 통지서는 버리지 마시고 날짜순으로 보관해 두세요. 화가 나서 구겨 버리고 싶은 편지일수록 나중에 가장 쓸모 있는 서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의를 낼 수 있는 기한이 바로 그 편지 안에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 단계에서 진척이 없을 때도 기준이 있습니다. 보험사는 책임을 전부 부인하지 않는 한 합리적인 합의 제안을 할 의무가 있고, 그 제안은 서면으로 항목별 금액을 적어야 합니다. 사망 사건이나 손상이 아직 영구적이지 않아 평가가 보류된 사건은 예외이고, 변호사가 대리하지 않는 청구인은 PIC 승인 없이는 손해배상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생활비 걱정에 잠을 설치시다 보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지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기한을 물어보는 것은 청구인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호주 생활이 이런 기다림 말고 좋은 소식으로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보험사에 낸 청구서 사본과 지금까지 받으신 이메일, 통지서를 보내 주시면 지금 어떤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인지, 다음에 무엇을 서면으로 요청하시면 되는지부터 제가 먼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CTP 보험사가 몇 주째 연락이 없는데 계속 기다려야 하나요?
먼저 보험사가 요청한 서류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세요. 서류를 14일 안에 내지 않으면 지급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s 3.14). 그다음 기다리는 결정이 무엇인지 서면으로 묻고, 결정을 받으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내부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내부 재검토를 요청했는데 14일이 지나도 답이 없어요
보험사는 내부 재검토 접수 후 14일 안에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s 7.9(4)). 기한 안에 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내부 재검토 결과 없이 PIC에 분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s 7.11, 7.19). PIC 분쟁 해결 절차는 무료입니다.
CTP 보험사에 대한 민원은 어디에 내나요?
보험사 결정 통지서에는 IRO 민원 방법이 들어가야 합니다(Guidelines cl 4.65). 통지서에 적힌 방법을 확인하세요. 결정 내용 자체를 다투는 것은 내부 재검토와 PIC 절차로 진행합니다(s 7.9, 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