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빅토리아주 기준입니다. NSW·QLD·WA 등 다른 주는 교통사고 배상 제도와 절차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멜번에 사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길을 걷다가 차에 부딪혔을 때 빅토리아주에서는 무엇부터 챙기시면 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보행자 사고는 차끼리 부딪히는 사고보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한 건 한 건의 피해가 훨씬 큰데요, 몸을 막아 줄 차체가 없기 때문에 속도가 높지 않은 접촉에서도 골절이나 머리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TAC(Transport Accident Commission)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빅토리아 도로에서 보행자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다친 분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현장 이야기는 멀쩡히 서 있는 운전자가 먼저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런 생각부터 드실 겁니다.
"신호 바뀌기 직전에 뛰었는데, 그럼 내 잘못인가?"
"운전자는 경찰한테 뭐라고 말했을까?"
"응급실 다녀왔는데 이 병원비는 누가 내지?"
한국에서라면 운전자 쪽 보험사 직원이 병원까지 찾아와 합의 이야기를 꺼낼 텐데, 빅토리아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분은 오지 않습니다. 대신 다친 사람이 직접 TAC에 청구서를 내야 제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상황부터 사고 직후 챙길 것, 경찰 신고와 TAC 기한, 그리고 TAC 지원과 손해배상이 어떻게 다른지까지 차례로 풀어 드리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보행자 사고의 상당수는 길을 건너는 도중에 일어나는데, 신호를 지켜 횡단보도를 건너다 다치기도 하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건너다 다치기도 합니다. 쇼핑센터 주차장이나 집 앞 차고 진입로에서 후진하거나 빠져나오던 차가 사람을 미처 못 보는 사고도 많은데요, 담장이나 정원수에 양쪽 시야가 다 가려져서 누구 잘못인지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호주 주택가 앞마당 나무들이 보기에는 참 근사한데, 이럴 때는 사고의 공범이 되기도 합니다. 집 근처 도로나 인도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다 다치는 사고는 피해자가 대부분 어린이이고 부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은 운전 중 휴대전화, 신호 위반이나 과속, 비 오는 밤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처럼 운전자 쪽에 있기도 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급히 건너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다 차도에서 넘어진 것처럼 보행자 쪽에 있기도 합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제 잘못도 좀 있는데 청구해도 되나요?"인데요, 보행자에게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곧바로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빅토리아의 TAC 제도는 과실을 따지기 전에 지원하는 부분과 과실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직후, 그리고 기한
의식이 있고 비교적 안전하다면 000에 전화해 구급차와 경찰을 부르시고, 가벼워 보여도 응급실이든 GP든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받아 보세요. 보행자 사고는 며칠 뒤에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고, 초기 진료 기록이 나중에 사고와 부상의 연관성을 보여 주는 근거가 됩니다. 운전자 이름과 연락처, 번호판, 차종과 색상을 적어 두시고, 목격자 연락처는 꼭 받아 두세요. 다친 사람이 병원에 가 있는 동안 경찰은 현장에 남은 운전자 진술을 먼저 듣는 경우가 많아서, 목격자 진술이 그 기울어진 저울을 바로잡아 줍니다. 횡단보도 위치, 신호등, 시야를 가린 담장이나 나무까지 사진으로 남기시고, 건너던 방향과 신호 상태를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메모해 두시면 좋습니다.
TAC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Transport Accident Act 1986 s 39). 법에 정해진 신고 기한은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시고, 신고한 경찰서와 날짜, 담당 경찰관 이름을 적어 두세요. 운전자 역시 사람이 다친 사고에서는 즉시 멈춰 도움을 주고 인적 사항을 알려야 하며, 현장에 경찰이 없으면 가능한 한 빨리 경찰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TAC 청구는 원칙적으로 사고일이나 부상이 처음 나타난 때부터 1년 안에 하셔야 하는데, 늦어진 데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3년까지 받아 줄 수 있고 18세 미만에게는 별도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도 예외에 기대기보다는 기한 안에 내시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TAC 지원과 손해배상은 따로 봅니다
TAC는 과실을 따지지 않는 no-fault 제도라, 누가 사고를 냈는지와 관계없이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병원과 GP, 전문의, 물리치료 같은 치료와 재활을 지원하고, 일을 못 하게 되면 요건에 따라 소득 손실도 지원합니다. 보행자도 당연히 포함되고, 빅토리아에서 난 사고라면 가해 차의 등록지가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영구 손상 정도(WPI)가 10%를 넘으면 Impairment benefit이라는 일시금도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부상이 법이 정한 '심각한 부상'에 해당하고 운전자의 부주의가 입증되면 공통법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영구 손상 정도가 30% 이상이면 심각한 부상으로 보고, 그에 못 미쳐도 심각한 장기적 기능 손상 등을 입증하는 Narrative Test라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행자 과실이 있으면 청구가 막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만큼 배상액이 줄어들고, 소송은 원칙적으로 부상일부터 6년 안에 내셔야 합니다. 그러니 경찰 신고 정보, 구급차와 응급실과 GP 진료 기록, 급여명세서나 고용주 확인서, 사업자라면 세무 자료, 약값과 교통비 영수증은 지금부터 한 봉투에 모아 두세요. 과실 비율을 두고 운전자 쪽과 말이 크게 엇갈리거나, 부상이 오래가거나, TAC가 지원을 거절하거나 끊었거나, 아이가 다쳐서 앞날이 걱정되신다면 그때가 변호사와 이야기해 보실 때입니다.
멜번의 골목과 공원을 걷는 일이 늘 즐거운 산책으로만 남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사고를 당하셨다면 몸이 아픈데 모든 걸 한꺼번에 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찰 신고 번호와 진료 기록, 현장 사진을 찍어 보내 주시면 TAC 청구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손해배상까지 볼 만한 사안인지 제가 한국어로 먼저 짚어 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멜번에서 무단횡단하다 다쳤는데 TAC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TAC 지원은 과실과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TAC는 과실을 따지지 않는(no-fault) 제도라, 누가 사고를 냈는지와 관계없이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에게 치료비와 지원 서비스를 지급하고 보행자도 포함됩니다. 보행자 과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통법 손해배상입니다. 이 경우에도 청구 자체가 막히는 것이 아니라, 과실 정도를 고려해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빅토리아 TAC 청구는 사고 후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사고일(또는 부상이 처음 나타난 때)부터 1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 늦어진 데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TAC가 3년까지 받아 줄 수 있고, 18세 미만에게는 별도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에 기대기보다 기한 안에 청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TAC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니, 경찰 신고도 가능한 한 빨리 해 두세요.
보행자 사고로 TAC 지원 말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요건을 갖추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상이 법에서 정한 'serious injury(심각한 부상)'에 해당하고 운전자의 과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영구 손상 정도가 30% 이상이면 심각한 부상으로 간주되고, 그에 못 미쳐도 Narrative Test로 법이 정한 기준에 해당함을 입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통법 청구 소송은 원칙적으로 부상일부터 6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