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호주에 막 오신 분들이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깜빡이를 켠다는 것이 와이퍼부터 시원하게 돌리는 경험을 한 번씩은 하시는데요, 그 정도 실수야 웃고 넘어가면 되지만 한국 면허로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 면허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하다 사고를 당하셨을 때 알아 두실 것들을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사고가 나면 아픈 몸보다 먼저 이런 걱정이 드신다고들 하십니다.
"한국 면허로 운전했으니 치료비는 아예 안 나오는 거 아닐까?"
"국제면허증을 들고 있었으니 괜찮은 거겠지?"
"입국한 지 몇 달 됐더라, 혹시 기간이 지난 건 아닌가?"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한국 면허면 보험이 안 되는 거죠?"인데요, 이럴 때는 두 가지를 나눠서 보시면 정리가 됩니다. 사고 당시 그 면허로 운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배상에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그때 운전할 수 있었나요
NSW 정부 안내에 따르면 임시 비자로 지내시는 분은 해외 면허로 최대 6개월까지 운전할 수 있고, 2023년 7월 1일 이후 입국해서 6개월 넘게 머무실 계획이라면 그 6개월 안에 NSW 면허를 따셔야 합니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호주 도착일부터 3개월까지이고,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분은 물론 운전하실 수 없습니다. VIC는 빅토리아에 6개월 넘게 살 계획이면 면허를 전환해야 하는데, 그 6개월은 거주를 시작한 날부터 세고 잠깐 출국했다 돌아와도 처음부터 다시 세지 않고 이어서 셉니다. 한국 다녀오면 시계가 리셋되는 줄 아셨던 분들께는 조금 아쉬운 소식이지요. 그리고 한국어로 된 면허라면 NSW는 영문 번역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을, VIC는 NAATI 같은 공인 번역이나 영사관 번역, 또는 UN 협약 국제운전면허증을 원면허와 함께 지니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시는 것이 있는데요, 국제운전면허증을 무슨 만능 통행증처럼 지갑 제일 앞칸에 꽂아 두시고 정작 한국 면허증은 집 서랍에 고이 모셔 두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 면허증을 대신하는 서류가 아니라 함께 보여 주는 서류이니, 둘이 늘 같이 다녀야 합니다. 허용 기간이 지났는지는 비자 종류와 입국일, 거주 계획에 따라 달라지고, 사고 뒤에는 경찰이나 보험사가 어떤 면허로 운전했는지 물어볼 수 있는데, 그때 보여 준 면허 서류를 그대로 보관해 두시면 나중에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NSW에서는 면허가 배상을 막나요
NSW의 교통사고 제도는 자동차 사고로 다친 분께 과실과 관계없이 치료비와 소득 지원 같은 법정 급여(statutory benefits)를 지급하고, 무면허라는 이유만으로 법정 급여를 막는 조항은 법에 없습니다. 다만 면허 문제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심각한 운전 범죄(serious driving offence)로 기소되거나 유죄가 되면 그 뒤 법정 급여가 중단될 수 있고(무죄나 취하로 끝나면 소급해서 지급됩니다), 무면허 운전이 여기에 들어가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면허 문제가 사고 경위와 과실을 따질 때 함께 다뤄지면 52주 이후의 소득 지원과 손해배상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가 권한 없는 운전자에게 비용을 물리는 구상 조항도 있는데, 이것이 적용되는지는 사안별로 따져 봐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피해자이고 상대 운전자가 해외 면허였다면, 상대 면허와 관계없이 과실 차량의 CTP 보험사에 청구하시면 됩니다.
VIC는 조금 더 엄격합니다
빅토리아는 Transport Accident Act에 따라 TAC가 배상을 맡는데, 이 법에는 면허 조항이 따로 있습니다. 사고 당시 운전자가 그 등급 면허를 한 번도 가진 적이 없거나, 정지나 취소 중이었거나, 3년 이상 갱신하지 않았다면 소득 상실 급여가 나오지 않습니다(TAA s 40(1)(c)). 이때 다른 나라 법에 따른 면허를 가진 적이 있는지도 함께 보지만, 허용 기간이 지난 뒤 운전한 경우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막히는 것은 소득 상실 급여이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막히는 구조는 아니고, 동승자였거나 길을 걷다 차에 치이셨다면 TAC 청구 대상입니다. 음주 관련 유죄처럼 다른 제한 사유도 있어서 함께 살펴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한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NSW에서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사고 후 28일 안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를 받아 두셔야 하고, 법정 급여 청구는 3개월 안, 사고 다음 날부터 소득 지원을 받으시려면 28일 안입니다. VIC는 경찰 신고가 없으면 TAC 배상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청구는 원칙적으로 1년 안입니다. 면허 문제로 경찰 조사나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그 결과를 기다리느라 이 날짜를 놓치지 않도록, 배상 청구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부터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이나 번역본, 여권 입국 기록은 지금 바로 사진으로 남겨 두세요. 허용 기간 안이었는지 따질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서류들입니다.
면허 이야기는 비자와 입국일, 거주 계획이 함께 얽혀 있고 두 주의 기준도 서로 달라서, 사고 뒤에 혼자 따져 보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저는 괜찮았어요"라는 후기를 찾아 읽으셔도 그분의 비자와 입국일이 내 것과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서류는 고치거나 버리지 마시고 지금 있는 그대로 남겨 두시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한국 면허였으니 어차피 안 되겠지" 하고 스스로 결론 내리고 치료까지 미루시는 분을 뵐 때가 제일 안타깝습니다. 호주의 넓은 길에서 즐거운 드라이브의 기억만 쌓으시길 바랍니다. 다만 혹시라도 사고가 났다면 몸부터 돌보시고, 면허증 앞뒷면 사진과 호주에 들어오신 날짜만 알려 주세요. 사고 당시 허용 기간 안이었는지, 어느 쪽으로 청구를 준비하면 되는지 제가 먼저 같이 따져 보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한국 면허로 운전하다 사고 나면 배상을 못 받나요?
NSW 보상법에는 면허 종류만으로 법정 급여를 막는 조항이 없습니다(MAIA s 3.1). 다만 무면허·면허 조건 위반은 형사 절차(s 3.37)와 과실 판단(s 3.38, 4.17)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VIC에서는 그 등급 면허를 가진 적이 없거나 정지·취소 중이었다면 소득 상실 급여가 나오지 않습니다(TAA s 40(1)(c)). 어느 쪽이든 허용 기간 안의 유효한 면허였는지가 출발점입니다.
국제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운전해도 되나요?
NSW는 영어가 아닌 면허에 영문 번역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을 함께 지니도록 안내합니다. VIC도 UN 협약 국제운전면허증을 원면허와 함께 지녀야 합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 면허증을 대신하지 않고, 원면허와 함께 보여 주는 서류입니다.
영주권을 받은 뒤에도 한국 면허로 운전할 수 있나요?
NSW는 시민권자·영주권자가 호주 도착일부터 3개월까지 해외 면허로 운전할 수 있고, 그 뒤에는 NSW 면허가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VIC는 빅토리아에 6개월 넘게 살 계획이면 면허를 전환해야 하고, 6개월은 거주 시작일부터 계산합니다. 기간이 헷갈리면 입국 기록부터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