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NSW와 VIC 기준입니다. 다른 주는 제도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개인상해 전문 로펌 리틀즈의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 더 놓치기 쉬운 부상, 교통사고 때 머리를 부딪히신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의학적인 판단은 의사 선생님 몫이니, 저는 청구할 때 놓치기 쉬운 기록과 기한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고 당일에는 "괜찮아요" 하고 집에 오셨는데, 며칠이 지나도 두통이 가시지 않고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집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뭘 꺼내려 했는지 생각이 안 나는 일이야 나이 들면 다들 그렇다며 웃어넘기시는데요, 그게 사고 다음 주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운전대를 잡으면 집중이 안 되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됩니다.
"이게 사고 때문인지 그냥 피곤해서인지 모르겠네."
"이 정도로 병원 가면 유난 떤다고 하지 않을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충격 직후에는 긴장해 있거나 다른 데가 더 아파서 머리 쪽 증상을 놓치기 쉽고, 두통이나 어지럼,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지는 것, 수면 변화나 감정 기복 같은 증상이 뒤늦게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의사가 판단할 일이지만, 법적 절차에서는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사고와의 관련성을 설명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래서 진료 받으실 때 사고 날짜, 머리를 어디에 어떻게 부딪혔는지, 잠깐이라도 정신이 흐려졌는지,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말씀하시고 기록에 남겨 달라고 부탁하셔도 괜찮습니다. 날짜별로 두통 정도나 깜빡한 일, 일하다 생긴 실수를 메모해 두시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미루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시는 편이 안전한데요, 한국에서처럼 동네 의원에 가서 바로 CT부터 찍어 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곳이 호주라, GP 앞에서 증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느냐가 그만큼 더 중요해집니다. 진료실에서 머리가 하얘질 것 같으시면 메모를 휴대폰에 띄워 놓고 그대로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하다가 지나가는 날짜
머리 부상은 기다리다가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NSW에서는 치료비와 소득 지원 같은 법정 급여를 사고 후 3개월 안에 청구해야 하고, 청구 전 기간의 소득 지원까지 받으시려면 28일 안에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늦어졌다면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3년 안에 청구할 수 있는데, 손해배상도 사고 후 3년이 기준이고 늦어지면 증상이 늦게 나타났다는 사정을 설명에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설명은 사고 난 날부터 설명하는 날까지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알았는지를 빠짐없이 담아,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그 사정이면 늦었을 만하다고 보여야 하는 것이라, 결국 그날그날의 기록이 있어야 쓸 수 있습니다. VIC에서는 사고가 난 때, 또는 부상이 늦게 나타났다면 그때부터 1년 안에 TAC에 청구하시면 되고, 늦어진 데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TAC가 3년 안에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두 주 모두 늦게 알게 된 사정을 봐 주는 장치가 있긴 하지만, 그 사정을 보여 주는 것도 결국 진료 기록입니다.
경찰 신고도 같이 챙기셔야 하는데요, NSW에서는 경찰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사고 후 28일 안에 신고하게 되어 있고, VIC에서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NSW에서 청구를 한 뒤에는 보험사가 진단서와 의료정보 동의서를 요구하는데, 14일 안에 내지 않으면 지급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아파 서류 볼 정신이 없으실 때일수록 진료 일정을 미리 잡아 두시고, 받은 편지에는 받은 날짜를 적어 두시면 이런 일을 피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머리 부상은 '경미한 부상'인가요?
NSW에서는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부상이 threshold injury뿐이면 지원이 사고 후 52주까지이고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부상이 있으면 소득 지원이 원칙적으로 104주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은 이 경미한 부상을 연조직 손상과 일부 심리적 부상으로 정해 두었는데, 신경 손상은 연조직 손상에서 빠지고, SIRA 안내도 골절과 신경 손상을 non-threshold의 예로 듭니다. 다만 법에 '머리 부상'이라는 이름의 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결국 진단 내용에 따라 판단되고, 결론이 다투어지면 PIC(Personal Injury Commission)의 의료 평가로 정하게 됩니다. 상담 중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뇌진탕이면 경미한 부상인가요, 아닌가요?"인데요, 뇌진탕(concussion)이라는 진단명 하나가 답을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법은 연조직 손상과 일부 심리적 부상을 경미한 부상으로 정해 두었을 뿐이고, 머리 부상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검사 결과와 진단 내용, 그리고 증상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저도 진단명 한 줄보다 진료 기록 전체를 먼저 봅니다. 그러니 검사 결과와 증상 경과가 기록에 정확히 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머리를 다친 뒤에는 불안이나 우울, 잠 문제가 함께 오기도 합니다. NSW에서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나 적응장애는 경미한 부상에 들어가지만 우울증이나 PTSD처럼 진단 기준을 갖춘 정신질환은 그렇지 않게 보니, 마음이 힘든 것도 의사에게 그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나중에 영구 손상(WPI) 평가를 할 때도 정신적 부상은 신체 부상과 합치지 않고 따로 평가합니다. VIC에서는 정신적 부상만으로도 TAC 청구가 가능하고, 일을 못 하게 되어 소득 지원을 받으시려면 의사의 Certificate of Capacity가 필요합니다.
머리 부상은 잘 보이지 않아서 주변에서 "괜찮아 보이는데?"라는 말을 듣기 쉽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도 증상을 작게 말하게 됩니다. 깜빡하는 일, 잠 못 드는 밤은 사소한 일이 아니니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고 기록으로 남겨 두세요. 호주에서 다치신 분들 모두 하루빨리 머리도 마음도 맑아지셔서, 냉장고 앞에서 멈칫하는 일은 그냥 웃어넘길 나이 탓으로만 남으시길 바랍니다. 사고 날짜와 GP 진단서 사진, 적어 두신 증상 메모만 보내 주셔도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무엇부터 챙기시면 좋을지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교통사고 며칠 뒤에 두통이 생겼는데 지금 청구해도 되나요?
네, 기한 안이라면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NSW 법정 급여는 사고 후 3개월 안(s 6.13(1)), VIC는 사고 또는 부상이 늦게 나타난 때부터 1년 안입니다(s 68(1)). NSW에서 청구 전 기간의 소득 지원까지 받으시려면 28일 안에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s 6.13(2)). 증상이 시작된 날을 진료 기록에 남겨 두시면 좋습니다.
뇌진탕도 NSW CTP에서 경미한 부상(threshold)으로 보나요?
법은 '뇌진탕'을 따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threshold injury는 연조직 손상과 일부 정신 부상으로 정해져 있고, 신경 손상은 연조직 손상에서 빠집니다(s 1.6). 결국 진단 내용에 따라 판단되므로, 검사 결과와 진단명이 기록에 정확히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단이 다투어지면 PIC 의료 평가로 정할 수 있습니다(Sch 2 cl 2).
사고 뒤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한데 정신적 부상으로도 청구되나요?
네, 정신적 부상도 청구 대상입니다. NSW에서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적응장애는 threshold injury이고, 우울증·PTSD 같은 진단된 정신질환은 non-threshold로 봅니다(Regulation cl 4(2), SIRA 안내). VIC에서는 정신적 부상만으로도 TAC 청구가 가능합니다. 어느 주든 진단명과 치료 경과가 기록에 남도록 정신건강 진료도 미루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